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이 제약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7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방역조치가 완화되며 서비스업이 부진에서 일부 반등했으나,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달에는 “대면서비스업의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경기 회복세에 대한 표현이 이달에는 ‘미약’으로 바뀐 것이다.
연구원은 “제조업은 평균가동률이 전월보다 소폭 하락한 가운데 출하가 급감하고 재고율이 상승하는 등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제조업은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세계 경제의 경기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자동차산업의 생산과 출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제조업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11월 87로 지난 7월(101)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 수에 비해 많음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반대다.
그동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대면서비스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소비와 고용 모두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고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와 고용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9월부터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됐고 국민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해 소비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이 실시되는 등 방역조치가 대폭 조정됐다”며 “제조업의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나,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3.2%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휴대전화료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같게 나타나 물가 상승세에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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