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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명 가상자산 과세 ‘준비부족론’에 정부 “자신 있다”

등록 2021-11-11 17:06수정 2021-11-11 17:48

과세유예 공약 이재명 ‘준비부족’ ‘기본공제 상향’ 제기
정부 “생산적 역할 주식자금과 기본공제 격차 정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 양도차익 과세 1년 유예 공약을 내놓은 이유로 ‘준비 부족’을 꼽았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과세 일정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후보의 과세 유예 공약을 두고 ‘젊은층 표심을 얻기 위한 조세 정책 뒤집기’, ‘자산소득 과세 강화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11일 “가상자산 과세, 1년 늦추겠다”며 “중요한 건 ‘과세 결정’이 아니라 ‘준비 여부’”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을 고쳐 올 10월부터 가산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2022년 소득분부터 과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를 1년 더 연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도 이 후보와 같은 입장이다.

이 후보 쪽이 주장하는 준비 부족의 가장 큰 사례는 가상자산 구매가격 확정 여부다. 현재 투자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산 뒤 거래소를 옮겨 이를 매도한 경우, 매매가 일어난 거래소는 최초 구매가격을 확인할 수 없다. 고객의 정보 공유 동의를 얻어야만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 구매가격이 0원으로 처리돼, 매도금액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고객 동의를 얻어 취득원가 정보를 다른 거래소에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주식도 투자자가 증권사를 옮길 때 고객이 동의하는 경우 증권사 간 취득원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세금을 줄이려고 정보 제공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를 옮기더라도 투자자 동의를 통해 최초 구매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과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민주당의 과세 유예 주장에 “작년에 여야가 (과세에) 합의해 준 취지와 과세의 필요성을 보면 정부는 과세를 예정대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정부는 과세할 준비가 돼 있는데, 이제 와 (과세를) 유예하는 것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가 가능하고, 자신 있다”고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내년 5월부터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내역 제출이 시작되고, 실제 세금 신고는 내후년 5월에서야 시작된다”며 “이를 위한 국세청 내부 시스템은 올해 말이면 모두 완료되기 때문에 일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한겨레> 자료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한겨레> 자료

이 후보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과세할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액을 올리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주식에 비해 가상자산에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불만을 의식한 것이다. 그는 “(공제한도 250만원이) 너무 낮아서 합리적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며 “대폭 상향도 필요하다”고 했다. 가상자산 양도차익 과세에서 기본공제액은 250만원이지만, 2023년부터 과세할 예정인 국내 주식 양도차익은 기본 공제액이 5천만원이다. 애초 정부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천만원까지만 공제할 계획이었으나 주식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5천만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민주당 의원은 형평성을 고려해 가상자산도 5천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이 후보도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내주식이 아닌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은 모두 기본 공제액이 250만원이기 때문이다. 국내주식만 예외인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주식은 금융투자 상품으로 (자본시장 활성화도 고려해) 자본시장육성법 규제를 받는데,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자산이어서, (해외에서도) 과세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은 주식처럼 민간의 자금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자산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후보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자산소득 과세 강화 원칙과도 어긋난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과세형평을 제고하기 위해 자산소득과 초고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포함돼 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젊은 사람들이 꽤 있을테니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경제의 기본이 되는 ‘과세 룰’의 백지화를 검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의 경우는 투자를 통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만 가상자산은 기여가 없기 때문에 과세 기준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이경미 이지혜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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