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10일 공동주최한 ‘대전환시대 새로운 고용노동 패러다임 모색’ 국제콘퍼런스에서 배규식 경사노위 상임위원(왼쪽 둘째부터),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부겸 국무총리,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등이 탄소중립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적 대화, 파이팅!”
한겨레신문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 ‘대전환시대 새로운 고용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노동자·사용자·정부 대표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과 디지털화로 상징되는 대전환 시대를 맞아 고용과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전환하려면,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각 부문에 빠르게 확산하는 디지털화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피해 노동자와 지역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에도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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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파이팅”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디지털과 탄소중립이라는 피할 수 없는 깊고 거대한 전환의 물결 앞에 서 있다”며 “대전환이 초래할 수 있는 노동과 고용의 격변이라는 위기를 사전에 극복하고 대안적 질서를 찾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취약한 노사는 물론 미래세대와 지역이 함께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가치를 담아내야 하고, 노사의 능동적이고 포용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사회주체 간 사회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를 대표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영상축사에서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노사정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인간 중심의 위기극복을 위한 글로벌 대응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취약계층의 보호와 노동기본권, 공공의료체제, 돌봄의 사회화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과 대안의 실마리를 찾자”고 말했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도 영상축사에서 “더 나은 노동의 미래로 이끄는 데 있어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회복력을 높이고 주인의식을 고양하며 정책결정권자들이 혁신과 연대를 통해 합의와 적법성에 근거해서 위기극복을 이끌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를 대표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국가적 위기 상황마다 노사정은 사회적 갈등 해소와 위기극복에 힘을 모았다”며 “경총은 앞으로도 책임있는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손 회장은 “노사정 모두가 과거의 기득권을 내려놓자”면서도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와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해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규제 완화 등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대전환의 성공을 위한 핵심 열쇠는 경제사회주체, 나아가 전 국민의 지지와 참여일 것”이라며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포용과 혁신이 함께하는 공정한 전환의 길을 놓아, 취약계층은 물론 노사와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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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화와 공정한 전환 차미진 영국 옥시덴털대 교수는 ‘탄소중립화와 공정한 전환’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정의를 향한 공정한 전환’ 발표를 통해 “탄소 배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 따른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귀결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한 전환 같은 포용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치적 연대를 확장하고 화석연료 축소에 대한 반대를 극복할 힘을 키운다”며 “사회 전반의 공정성을 높일 기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공정한 전환을 위해서는 (탄소중립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와 사업전환이 필요한 기업, 살 곳을 잃은 공동체에 대한 지원, 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장기 계획과 투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의사결정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전환의 4대 핵심요소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 화석연료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을 개발하는 경제 다각화, 강력하고 다양한 연합, 맞춤형 재정 지원을 꼽았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디아블로협곡 원자력발전소 폐쇄 사례를 소개하면서 “전력회사, 환경단체, 노조, 원자력 반대단체 등 다양한 집단이 모여서 규제기관에 노동자와 공동체의 전환, 재생에너지 전환에 관한 제안을 했고, 특히 노조가 노동자와 기후에 친화적인 정책 개발을 주도했다”며 노조 역할을 강조했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기후위기와 산업·노동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과제’ 발표에서 “탄소중립이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기업의 기술혁신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탄소중립으로 가까운 미래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 산업은 발전과 자동차”라며 “그중에서도 노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기업 원청회사의 노동자보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가 저탄소 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에서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앙·지역·업종·기업 등 여러 단위의 중층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태섭 전국공공산업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은 토론에서 “기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45~51기가 폐쇄되면 원청사·협력사·자회사를 포함한 총 2만2천여명의 연관 일자리 중에서 43%가 줄어든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라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발전산업 노동자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지지하지만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며 “노조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공정한 전환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도 이에스지(ESG) 경영을 통해 상생 노력을 해야 하고, 노동계도 고용유지가 아닌 노동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질서 제러마이어스 애덤스프래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일터의 알고리즘’을 주제로 한 제2세션에서 ‘일터에서의 알고리즘’ 발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히 기술발전에 의한 실업을 넘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일터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또 “채용·평가·해고 등 기업의 관리기능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일의 분절화, 노조활동 위협, 차별, 사생활 및 정보보호 침해 등을 초래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며 “기술을 무분별하게 수용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 보호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홍근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한국의 사례’ 발표에서 “디지털 전환은 일자리 총량, 근로시간, 일의 성격은 물론 경제사회구조와 사회보호 시스템까지 변화시킨다”며 “자동화·온라인화로 대체가 쉬운 제조업·저숙련·유통·금융 등에서는 고용충격이 불가피하고,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는 기존 정책과 법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또 “대전환기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노동3권, 적정 생활소득 보장, 노동시간 주권 등 미래를 위한 보편적 노동권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혁신과 안정성, 경쟁력과 경제성장이 취약계층의 노동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포용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토론에서 “최근 수년간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전통적인 노사정 주체만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정부 위원회와 국회,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대화 틀에서 논의를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책 과제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유사한 의제가 중복되어 논의되고 전체 논의를 종합적으로 이끄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또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와 관련해 “플랫폼 노동자가 현 노동법상 근로자와 상이해도 법을 통해 보호하는 게 필요하고, 사용자가 불분명한 노동자는 노동법의 확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사회적 대화 창구와 관련해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경사노위가 의제별 위원회로 상설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