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탄소국경세’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중소기업은 유럽연합에 직접 수출만큼이나 국내 납품 등을 통해 간접 수출하는 규모도 상당한 만큼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우리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과 해외정책사례’ 보고서를 보면,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 산업에 해당하는 우리 중소기업의 유럽연합 수출 규모는 6억1천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제품의 원자재나 중간재를 공급하는 ‘간접수출’의 규모는 직접 수출보다 큰 7억6천만달러였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대유럽연합) 간접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이 국내 중소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고 영향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을 평가할 때는 ‘간접수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국경세’로도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책 가운데 하나다. 지난 7월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초안을 공개하며 이를 2023년 1월에 발효해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발표된 대상 제품은 탄소집약도가 높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 산업이지만 향후 적용 범위와 수준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별로 ‘탄소국경세’에 취약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수출에 내재한 탄소집약도, 중소기업 수출 비중, 간접수출 비중 등을 고려해 산업별 탄소국경조정제도 취약요인을 따져 철강가공제품, 기계, 화학섬유, 전자기기 산업 등을 주요 취약산업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산업들이 탄소국경세로 피해를 보는 경로는 서로 달랐다. 특히 철강가공제품의 경우 직접 수출만 고려할 경우 탄소량이 4위에 그쳤지만, 간접수출 비중이 매우 높아 “가장 취약한 산업”으로 꼽혔다. 철강가공제품 산업의 직·간접 수출에 포함된 탄소배출량은 무려 3062t으로 전 산업 가운데 1위였다.
연구원은 탄소국경세가 각 산업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과 그 경로가 무척 다양한 만큼 산업별 맞춤형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원은 “현재 발표된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 품목의 중소기업 수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탄소국경조정제도의 확대 적용과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파급경로를 고려해 대응방안 및 지원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복합재, 공급망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도 직접적인 규제대상에 포함되며, 수출기업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비용과 의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하거나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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