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인수합병 금지 가능…유럽, 빅테크 고삐 죈다

‘디지털시장법 수정안’ 상임위 통과
구글·애플·페북 등 게이트키퍼 규정
킬러 인수합병 금지명령 새로 도입
개인정보 결합 맞춤광고 규제 강화

연합뉴스

유럽의 빅테크 규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정 기간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을 금지할 수 있고, 맞춤형 광고를 위한 데이터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새로 추가됐다. 유럽의 행보가 전세계 빅테크 규제 흐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유럽의회는 23일(현지시각) 디지털시장법(DMA) 수정안이 상임위원회인 내부시장·소비자보호 위원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디지털시장법 초안을 낸 지 11개월 만이다. 디지털시장법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입점업체 데이터 유용과 자사 우대, 최혜국 대우 강요 등 플랫폼 특유의 불공정 행위 유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선 법 적용 대상의 기준이 수정됐다. 게이트키퍼를 규정하는 양적 기준은 상향 조정됐다. 집행위 초안에서는 연매출 65억유로(약 9조원) 이상 등으로 규정했으나, 상임위는 이를 80억유로로 고쳤다. 대신 질적인 범위는 넓혔다. 게이트키퍼에 지정되려면 ‘핵심 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를 제공하는 기업이어야 하는데, 이 서비스 유형을 8가지에서 11가지로 늘렸다. 웹 브라우저와 커넥티드 TV, 가상 비서가 새로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과 부킹닷컴, 알리바바 등이 규제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킬러 인수합병’을 겨냥한 조항도 새로 도입됐다. 게이트키퍼가 디지털시장법을 체계적·조직적으로(systematically) 위반할 경우, 집행위는 해당 기업에 일정 기간 기업결합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업이 위법 행위를 반복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정안은 “집행위는 게이트키퍼가 게임, 금융 서비스 등 디지털이나 데이터 이용과 관련된 분야에서 다른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 있다”며 “여기에는 킬러 인수합병과 같은 행위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맞춤형 광고 규제도 초안보다 강화됐다.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하기 위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결합하려면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에 따른 명시적이고 분명한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미성년 소비자의 개인정보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맞춤형 광고(행태정보)나 직접적인 마케팅 등 상업적 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디지털시장법은 다음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각료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디지털시장법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로서는 전세계적으로 첫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재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