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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코로나로 불평등 가속…상위 10% 자산, 하위 50%의 190배

등록 2021-12-08 05:04수정 2021-12-09 02:35

세계불평등 보고서 2022
평균 7.3억 보유…전보다 0.4%p↑
전세계 자산 75.5% 차지해

한국 상위 10% 평균자산 14억
소득은 하위 50%의 14배 달해
프랑스 7배·영국 9배와 큰 차이

“전세계 불평등 악화 필연 아닌
정치적 선택의 결과…누진세 필요”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 상위 10%는 전 세계 자산의 75.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의 몫은 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상위 10%가 차지한 자산 비중은 0.4%포인트 가까이 늘었지만 하위 50%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8일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올해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은 더 나빠졌다. 소득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욱 크게 악화됐다.

구체적으로 상위 1%는 전 세계 자산의 37.8%를, 상위 10%는 75.5%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견줘 각각 0.7%포인트와 0.4%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하위 50%의 자산 점유율은 2%로 정체됐다. 상위 10%는 평균 55만900유로(약 7억3천만원)의 자산을 가진 반면 하위 50%는 평균 2900유로(약 386만원)에 불과해 약 190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막대한 부를 소유한 세계적 부호들은 이 기간 자산이 더욱 크게 늘었다. 2019∼2021년에 전 세계 자산이 연평균 1% 늘어나는데 그칠 때 상위 0.01%의 자산은 연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상위 0.1%는 전 세계 자산의 11.2%를 차지하고 있고, 평균 8170만유로(약 1085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산불평등은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증가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상·하위 증가율 격차가 더욱 악화됐다”며 “2020년은 억만장자들의 자산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옥스팜을 비롯한 세계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불평등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는 자산의 25.4%, 상위 10%는 58.5%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9년에 비해 나란히 0.1%포인트씩 상승했다. 하위 50%는 5.6%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올해 상위 1%는 평균 자산 규모가 457만1400유로(약 61억원), 10%는 평균 105만1300유로(약 1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약 2700만원)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지난 30년 동안 자산 불평등이 계속 악화해 격차가 매우 커진 상태”라며 “상위 10%의 몫이 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소유한 자산은 줄었다”고 밝혔다.

소득 불평등도 전 세계적으로 나빠졌다. 올해 전 세계 소득을 상위 1%가 19.3%, 상위 10%는 52.2%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8.4%에 불과했다. 2019년에 비하면 상위 1%와 10%는 소득 점유율에서 변화가 없었지만, 하위 50%만 0.1%포인트 낮아졌다. 부유한 10%는 8만7200유로(약 1억2000만원)를 벌 때 가난한 50%는 2800유로(약 373만원)만 벌었다. 올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성인 평균 소득은 1만6700유로(약 2200만원)였다. 보고서는 “2020년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하위 50%보다 38배가 높았다”며 “이는 1910년 제국주의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는 나은 상태지만 상위 계층에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상위 1%는 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평균 48만5200유로(약 6억4천만원)를, 상위 10%는 46.5%를 차지하며 15만3200유로(약 2억원)를 벌었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해, 프랑스(7배), 이탈리아(8배), 영국(9배), 독일(10배) 보다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1960∼1990년대에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약한 상황에서 탈규제와 자유화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1990년 이후 상위 10%의 점유율이 35%에서 45%로 증가했지만 하위 50%는 21%에서 16%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젠더와 탄소배출 불평등에 대해서도 측정했다. 전 세계 노동소득에서 여성이 벌어들인 몫은 1990년 31%에서 올해 35%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도 전체 노동소득에서 여성 몫은 1990년 27.3%에서 2010년 30.9%, 2020년 32.4%로 서서히 늘었지만 세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여성 몫이 일본(28%), 인도(18%) 등에 비해서는 높지만, 여전히 서유럽(38%), 동유럽(41%)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탄소 배출에서도 불균형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8%를 차지했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불평등이 악화된 상황에 대해 “필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며 누진적인 조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부호들의 막대한 부를 고려할 때 누진율을 강화하면 상당한 세수를 얻을 수 있다”며 “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소유한 이들에게 실효세율 1%포인트를 올릴 경우 세계 소득의 1.6%를 세수로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교육과 보건, 환경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1세기 불평등 해결은 상당한 소득 재분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20세기 복지국가가 부상한데는 증세와 부의 사회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21세기에도 비슷한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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