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에 소비자물가가 2.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비교적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취업자수와 고용률 등 노동 시장 여건과 전반적인 경제 성장 속도는 6개월 전 전망보다는 더 개선되거나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 경제전망’을 보면,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가 올해보다 2.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전망값은 한국은행 등 다른 기관 전망보다 높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물가 상승률을 각각 2.0%, 1.7%로 전망한 바 있다. 6개월 전에 내놓은 정부 전망값(1.4%)에 견줘서도 크게 올려잡은 것이다.
이는 올 하반기 이후 공급-수요 양쪽에서 모두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걸 고려한 예측이다. 정부는 올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과 달리 내년에는 개인서비스와 공공요금 등이 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판단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7일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 1분기(1~3월)에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까지만 적용키로 한 유류세 인하 조처도 국제유가 흐름 등을 지켜본 뒤 적용 시기를 연장하거나 인하폭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애초 전망보다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내년 경제 성장률(실질 GDP증가율) 전망값(3.1%)을 내놨다.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3.0%) 보다도 높다. 내년 한 해 동안 취업자수는 올해보다 28만명 늘고, 취업자수를 인구수로 나눈 백분율인 고용률도 66.9%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봤다. 취업자수 증가폭과 고용률 전망 모두 6개월 전 내다본 예측값보다 크거나 높다.
다만 내년 경제 지표 상향 조정의 의미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올해 경제 회복세가 애초 전망보다 느린 점을 고려해 올해 경제 전망을 소폭 내려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기저 효과를 고려해 내년 전망을 올려잡은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 예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4.2%에 이를 것으로 지난 6월 내다봤으나 이번에는 4.0%로 내려잡았다. 올 4분기(10~12월) 중에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처를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차관은 “내년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 등이 회복세를 유지하고, 일상 회복과 그에 따른 심리 개선, 내수진작 등 정책 지원이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오미크론 확산·확진자 증가와 공급망 차질 장기화,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등이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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