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지원과 소비 회복에 부쩍 힘을 준 정책 내용을 두루 담은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다만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현실 적용 여부가 갈리는 터라, 예년 경제정책방향보다는 무게감이 덜하고 수명도 짧다. ‘재탕’에 그친 정책 꾸러미도 적지 않다.
우선 코로나19 관련 소비 진작책이 경방에 적잖게 담겼다. 전통시장에서 올해보다 5% 이상 더 돈을 쓸 경우 100만원 한도에서 10% 공제율을 추가 적용하는 ‘전통시장 소비증가분 별도 소득공제’를 새로 도입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올해만 한시 도입하려던 ‘추가 소비 특별공제’도 내년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감세를 지렛대로 삼은 소비 부양책이다.
‘소비복권’도 한시 도입된다. 소상공인 매장 등에서 일정액 이상 물품을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하면 번호가 부여되고 추첨 결과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소비복권 이벤트는 내년 5월 예정인 ‘동행 세일’ 전후로 3개월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소비 부양 카드로 ‘복권형 이벤트’를 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내년 5월은 ‘상생 소비의 달’로 지정해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도 100만원까지 상향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운영되던 내국인 대상 면세점 구매 한도 제도(5천달러)도 폐지된다. 이 제도는 1979년 국외 제품 과소비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바 있다. 아울러 국제관광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맞춰 케이팝을 중심으로 ‘케이컬쳐페스티벌’을 조기 개최한다. “방한 관광 본격 재개의 신호탄으로 활용한다”는 게 정부 속내다.
부동산 관련 정책도 언급됐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을 맞아 내년에 전월세가 대폭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 눈길을 끈다. 전·월세를 5% 이내로 올리는 임대인(이하 상생임대인)에게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주는 게 뼈대다. 구체적으로 1주택 상생임대인에겐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을 기존 실거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아울러 세입자 주거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세액공제율도 현행 10%(연 소득 5500만원 이상), 12%(5500만원 이하)에서 각각 12%, 15%로 올리기로 했다. 이외에 저신용층이 주로 이용하는 정책서민금융을 올해(9조6천억원)보다 많은 10조원 이상 공급키로 했다. 한 예로 올해 말까지 예정된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중도상환수수료 70% 감면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고 저신용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햇살론 대출한도도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그 외 정책들은 재탕에 가깝다. 기존 발표 정책들을 갈무리하거나 소폭 조정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거나, 소비쿠폰 지속 활용, 무착륙 관광비행 연장 등이 대표적인 ‘재탕’ 정책 사례다. 새로 선보인 정책보다 재탕 정책이 넘쳐나는 까닭은 이번 경방이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두면 이번 경방의 유효기간은 최소 3개월, 길어야 5개월이다. 대선 후에는 새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정책방향을 새로 짠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여러 분야에서 (정책) 테마와 방향이 바뀔 것이고 그들의 공약사항도 이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정책방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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