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3가지’가 아쉽다

등록 2021-12-30 14:43수정 2021-12-31 02:34

항공업계 재편 정책적 수단 논의 외면
안전장치 마련 않아 형평성 논란 자초
소비자 보호 의무 국외 경쟁당국 떠넘겨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건부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시정조치를 허술하게 설계한 데다 이를 보완할 정책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낙제’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외 경쟁당국으로 공을 넘기면서 공정위 조직의 위상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30일 공정위와 국토교통부 설명을 들어보면, 두 부처 간 협의체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수단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공정위 시행조치가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저비용항공사들의 행보가 중요한데 관련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두 부처는 지난 10월 업무협약을 맺고 4차례 국장급 회의를 열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국토부에 그런 정책을 요구할 권한이 저희에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준사법기관이면서 동시에 경쟁·소비자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기관이다. 경쟁 주창, 즉 다른 부처의 정책에 경쟁 원리를 확산시키는 것도 공정위의 핵심 임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건의 경우 정치적 압박으로 원칙에 입각한 심사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 만큼, 정책 기능을 십분 활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형평성 논란도 자초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번에 시행조치를 설계하면서 구조적 조치(노선 운수권과 공항 슬롯 재배정 등) 이행을 강제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대한항공은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 직후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구조적 조치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인수합병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이다. 기한 안에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면 행태적 조치(일정기간 요금인상 제한 등)만 부과된 채로 끝난다. 이는 요기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각 배달 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등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했던 ‘배달의민족-요기요’ 사례 등과 대비된다.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에 기대는 것도 문제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로 인수합병이 무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혜영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전체적인 트렌드가 엄격해졌다”며 “(항공사의) 글로벌 딜에 대해서 해외 경쟁당국이 그렇게 만만하게 심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에 따라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해외 경쟁당국으로 떠넘긴 모양새다. 조직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국내 소비자다. 특히 국내 소비자의 수요가 높은 인천∼미국·유럽 노선은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100%거나 100%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