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경제 용어로는 꼬리에 해당하는 선물시장이 몸통으로 여겨지는 현물시장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표현할 때 쓴다. 초과세수가 생겼으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는 이번 ‘1월 추경’도 이와 같다.
정부는 24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초과세수 기반 방역 추경’이라고 이름 지었다. 추진 배경으로 방역조처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확대와 함께 약 10조원의 초과세수를 꼽았다. 초과세수가 이번 추경 편성의 중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셈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제89조 제1항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 등으로 추경 편성 요건을 정하고 있다. 초과세수는 국가적 위기 상황(몸통)에 대응하는 수단(꼬리)인 셈이다.
지난해 7월 2차 추경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재부는 당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상생을 위한 국민지원과 방역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지원, 양극화 선제 대응 등을 추경 편성 배경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33조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이 가운데 31조5천억원을 초과세수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경 검토보고서에서 “2021년 7월8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16만명을 넘어서고 일일 확진자 수도 수백명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재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에 부합한다고 했다. 2019년 5조8천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추경’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세먼지가 재난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국회예정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해로 인정돼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초과세수 기반 방역 추경은 소상공인 지원보다 초과세수를 활용해서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이 강조된다. 기재부는 “초과세수를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에 신속하게 환류할 필요”가 있었고, “원 포인트에 한정”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등 재정건전성 논쟁만 남아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추경 목적인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위해 이들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동안 6차례의 지원에도 왜 다시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하는 이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6차례 추경 등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성과를 홍보하는 것보다 시급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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