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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동·복지 대선 공약 “내용보다 실행이 중요”

등록 2022-02-08 17:13수정 2022-02-08 20:31

8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대선 공약 토론회

“역대 정권에서 친노동 공약은 이행 잘 안돼
정부의 노동·복지 공약 실행 능력 중요”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중세력 배제해 개혁 실패
개혁 위해 진보정당·노동계와 연대 필요“

플랫폼 노동의 기본권 보장 확대
돌봄의 성평등 문제 해결 등 제안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노동·복지 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노동·복지 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노동·복지 공약은 이름만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쉽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고 장황하다. 두 후보 모두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완화와 5대 돌봄 국가책임제 등에 동의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을 보면 노동·복지 공약은 내용보다 실천 의지가 문제였다. 진보 성향 지식인들은 “대선 공약들 가운데 친자본 공약은 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친노동 공약의 이행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조돈문 카톨릭대 명예교수)며 노동 공약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진보성향 지식인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공동대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연 ‘2022년 대선 노동·복지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조돈문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비중 확대,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자본-노동소득분배율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데도 2022년 대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 의제들이 주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플랫폼 사업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일거리를 배분하고 노동자를 관리하며 노동조건을 결정하면서도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는 회피한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 정의를 확대해 플랫폼을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후보의 당선이 윤 후보보다 비정규직 정책 공약들의 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관련 핵심 공약들을 거의 이행하지 않아서 형성된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약 이행은 전반적인 사회 ·경제 분야 개혁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동맹 ·연대의 사회세력이 필요하다”며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연대를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퇴진과 촛불 대선을 불러온 민중세력을 배제함으로써 개혁의 동맹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결국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적폐세력에 굴복”해서 개혁에 실패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일자리 정책 관련 발제에 나선 나원준 교수(경북대)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일자리 국가책임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를 비롯한 기간산업 , 공적자금 투입 사업장 , 돌봄이나 보건과 같은 필수 영역의 경우 민주적 통제에 기반한 공적소유로 전환해 공공부문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또 민간부문은 국가재정 투입을 통한 고용유지 지원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직무전환 지원 ,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 관련 발제로 나선 김형용 교수(동국대)는 “기후위기, 가족구성 회피, 불평등 악화, 고용 상실과 함께 돌봄의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혜원 교수(동덕여대)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플랫폼이 일정한 통제를 행사하고 있다면 플랫폼을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노동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 지침은 플랫폼이 노동자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거나 작업 성과를 감독하는 등 노동자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플랫폼을 사용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돼 있다. 황선웅 교수(부경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대응은 공공부문 강화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탄소 배출을 많이 한다고 민간기업을 공적 소유로 할 수 없지 않느냐. 이에 대한 담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교수(대구대)는 “여전히 돌봄은 여성이 가족 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돌봄의 성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식인선언네트워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 민주노동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촛불시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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