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TikTok) 9번. 경쟁 21번.
최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메타 플랫폼스(옛 페이스북) 임원들이 각 단어를 언급한 횟수다. 중국 틱톡의 강세로 메타의 성장세가 꺾였으며, 메타는 더 이상 독과점 사업자가 아니라는 취지다. 이른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독과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잔뜩 의식한 모양새다. “틱톡은 이미 거대한 경쟁자”라는 메타의 주장은 거세지는 빅테크 규제를 성공적으로 막아낼까.
이에 대한 힌트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메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연방거래위는 메타의 독과점에 대한 처방전으로 인스타그램 매각 명령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연히 매각 명령이 필요할 만큼 메타의 독점력이 지나친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9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재판부가 최근 낸
의견서를 보면,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연방거래위는 메타가 독점력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연방거래위 쪽 주장에는) 결함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일컬은 ‘결함’은 틱톡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방거래위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틱톡과는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고 봤다. 메타와 틱톡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며, 때문에 틱톡이 아무리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도 메타의 독점력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가족이나 친구와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적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반면, 틱톡 이용자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를 게시한다고 봤다.
문제는 메타가 점점 틱톡과 비슷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영상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실적 설명회에서 “틱톡 같은 앱이 매우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우리도 ‘릴스’(Reels) 같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가족이나 친구를 기반으로 한다는 주장도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저커버그는 “친구들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한 콘텐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연방거래위의 점유율 집계에 대한 좋은 반박이 될 수 있다. 보통 독점력을 입증하는 근거로는 시장점유율이 활용되는데, 연방거래위는 서비스별 총 이용 시간 등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분자에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이용 시간을, 분모에는 모든 ‘개인적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 시간을 넣는 식이다. 메타는 계산 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용자들은 ‘개인적 사회관계망 서비스’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데, 그런 이용 시간은 분자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플루언서의 ‘릴스’를 보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시간은 집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공은 다시 연방거래위 쪽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다만, 메타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이용 시간을 집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연방거래위는 “메타 이용 시간을 (우리가 제시한 것의) 절반으로 줄여서 계산해도 독점력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달 말 첫 심리를 연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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