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가 애초 정부의 전망치보다 61조원 더 들어와 역대 최대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예상보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이었고 경기 회복 속도도 빨랐던 영향이 컸다. 정부는 향후 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추계 모형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2021년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세입은 524조2천억원, 총세출은 496조9천억원이었다. 차액인 결산상 잉여금은 27조3천억원이었고, 여기에서 이월액 4조원을 뺀 총세계잉여금은 23조3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세입·세출부 마감은 지난해 정부의 세입·세출을 확정짓는 절차로, 이 실적을 바탕으로 작성된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 결산검사를 받은 뒤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은 약 344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2020년 가을) 정부 전망(282조7천억원)과 견주면 61조4천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세수 오차율은 약 21%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 당시 수정한 전망치(314조3천억원)와 비교해도 29조8천억원이 더 걷혔다.
이번 세수 오차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예측 실패 탓이 컸다. 지난해 2차 추경 예산과 비교해 보면, 양도소득세(36조7천억원)가 11조2천억원 더 걷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종합부동산세(6조1천억원)도 2차 추경 당시 예상보다 1조원 늘었다. 증여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수에서만 14조원이 더 걷힌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수의 경우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추경 이후 시장이 안정화할 거란 정부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른 탓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4조8천억원, 1조9천억원씩 늘었다.
초과세수가 역대 최대규모를 나타내며 세계잉여금(23조3천억원)도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5조3천억원,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처리된다. 관행대로 처리한다면, 11조9천억원은 지방교부금으로 정산되고, 나머지 6조1천억원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국채상환·추경 재원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세수추계 과정 상의 오류를 시인하면서도 코로나19 국면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기재부는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세와 부동산시장 요인 등으로 세수 추계에 활용한 경제지표 전망치에 오차가 발생했다”며 “지난해의 경우 경제지표가 급변하고 세수가 급증하면서 세수 추계 모형의 설명력이 저하되는 특수한 시기였다. 2020년 이전의 경우 추계 시 세수 실적 근사치가 도출되는 등 설명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세수 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세수 오차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경제지표 전망치’에 대해서는 복수의 연구기관 전망치를 고려하고 자문 연구기관도 민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변동성이 높은 부동산이나 금융시장의 경우 전문가 자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은 국토연구원, 고용은 한국노동연구원 등 단일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치만 활용해왔다.
아울러 세제실장이 주재하는 조세심의회를 도입해 단계별로 기재부 내 다른 실·국, 국세청·관세청, 외부전문가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또 세수 추계의 주기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동안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한 별도로 세수전망을 수정할 계기가 없었지만, 종합소득세 신고 직후인 6월과 부가가치세 신고 직후인 8월에 주기적으로 세수 추계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재부 고광효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은 코로나19 회복기에 나타난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해 왔지만 이런 현상을 사전에 분석해 인지해내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업무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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