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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성장만 외치는 대선…재벌개혁 사라졌다

등록 2022-02-21 14:20수정 2022-02-22 02:32

대선 후보들 산업정책 살펴보니
이재명·윤석열 공약집서 안보여
심상정 후보만 “지배구조 개선”
코로나·부동산·일자리 이슈에 밀려
“플랫폼 재벌 불공정거래도 대두
후보들이 문제의식 없어 보여”
왼쪽부터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왼쪽부터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설 연휴 직후인 지난 3일 방송3사 토론회 자리에서 대선 후보 사이에 ‘재벌’을 두고 잠깐 공방이 벌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2017년 대선 출마 직후 재벌 해체에 목숨을 건다고 하셨는데”라고 공세적으로 물었다. 이 후보는 “팩트를 정확히 말씀드리면 재벌 ‘체제’ 해체를 말씀드렸다. 재벌 1인 지배, 내부거래나 부당 상속, 지배권 남용 문제를 해체하고 정상적인 대기업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맞받았다.

후보 토론회를 비롯한 대선 운동 기간 전반에서 ‘재벌’이란 단어가 잠깐이나마 도마 위에 오른 것으로는 이 장면이 거의 유일하다 할 정도로 재벌 이슈는 사라진 형국이다.

윤석열 후보로 시작해 이재명 후보로 끝난 대한상의 초청 특별강연회에서는 친기업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강연회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겠다”며 대대적 투자를 통한 산업전환 지원, 혁신의 촉진, 규제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인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국회의원, 공공 부문·민간 기업 임원 임금 상한선 설정)을 거론하며 “결국 ‘삼성전자 몰락법’ 아니냐”고 한 대목도 친기업 행보로 여겨졌다. 일주일 앞서 강연회 자리에 섰던 윤석열 후보는 경제 비전 양대 축으로 ‘역동적 혁신 성장’과 ‘생산적 복지’를 제시하며 “정부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초청 행사이니 당연하다 할 수도 있겠는데, 각 후보 공약집에서도 재벌 이슈는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산업 정책 관련 항목(두 번째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서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를 꾀하고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 분야를 확대하고, 연공급 임금 체계를 유연하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 체계로 개선한다는 뜻도 아울러 담았다.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 중 기업·산업 정책은 두번째 항목(‘신경제, 세계 5대 강국의 종합국력 달성’)에 들어 있다. 이 후보 쪽은 “산업 혁신으로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모태 펀드 10조원 확충, 창업연대기금 1조원 조성, 유니콘 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민간 자율에 방점을 찍는 윤 후보 쪽과 달리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 재벌 의제는 여기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경제력 집중 문제나 재벌의 소유구조 문제는 더 이상 손댈 부분이 아니라는 기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 부동산 이슈 같은 민생 관련 현안이 부각되고 양극화는 더 심해져 재벌 의제가 밀린 것 아니겠냐”고 했다.

대선 후보 중 공약집에 재벌 개혁 관련 내용을 담은 예는 심상정 후보가 거의 유일하다 할 정도다. 심 후보는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로 ‘불공정 해소, 미래를 대비하는 경제 개혁’을 내걸고 “경제력 집중 해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방안으로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를 도입하고, 기업집단 출자 구조를 2층 구조로 제한하며, 주주대표소송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10대 공약 중 기업·산업 정책 관련은 맨 앞자리에 올라 있다. ‘5·5·5 신성장 전략으로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호 아래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인공지능 선도국가, 반도체 패권 국가, 백신주권국가”로 간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 방안으로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국내 연구개발비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 5%까지 확대, 2조원의 초격차 펀드 조성, 초격차 분야 벤처기업 법인세 면제를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소속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재벌 문제는 부동산, 청년 일자리, 산업 성장 이런 것들에 비해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이 덜한 이슈인 것 같고, 눈길을 끌 만한 주제를 앞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갑과 을의 균형 맞추기, 불공정거래 시정, 사익 편취나 경제력 남용 방지 같은 공정한 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유니콘 기업 100개를 키우는 것을 중심으로 한 산업, 기업 정책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산업을 열고,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것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 수단일 뿐 아니라 약육강식을 막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전제로 한 성과물이라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윤석열 후보의 산업·기업 정책 관련 공약에 대한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윤 후보 캠프 소속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에게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한 문의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김진방 교수는 “경제력 집중, 이와 연결된 소유와 지배의 괴리, 지주회사 다단계 체제, 재벌체제의 확대 재생산 시스템인 물적 분할 같은 재벌 이슈는 여전히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사회에 기여한 만큼 제 몫을 갖도록 하는 일은 경제 정의에 부합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본 전제라는 점에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에 더해 “재벌 의제의 핵심 지대가 전통 재벌에서 신흥 재벌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재벌급 플랫폼 기업에서 빚어지는 불공정거래를 막는 일이 새로운 주요 재벌 이슈라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이 대목에 대해선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며 금산분리 예외지대를 넓히고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주는 방안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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