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ㄱ씨는 아들과 연락이 끊긴 뒤 남은 손자들을 맡아 기르는 조손가정의 가장이다. ㄱ씨는 국세청에 자녀장려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ㄱ씨는 ‘국선 세무대리인’을 선임해 이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다. 국선대리인은 ㄱ씨의 아들이 이혼 뒤 가출해 연락이 두절되면서 자녀에 대한 친권을 상실했으며 ㄱ씨가 실질적 양육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부모가 없는 손자녀를 부양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결국 이의신청이 인용돼 ㄱ씨는 자녀장려금을 받게 됐다.
#2. ㄴ씨는 4년 넘게 강원도에 있는 농지 근처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짓다가 땅을 강원도청에 양도했다. ㄴ씨는 ‘대토감면’(4년 이상 재촌·자경한 경우 농지대토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100% 감면)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같은 기간 ㄴ씨에게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등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ㄴ씨도 국선 세무대리인을 선임해 과세전적부심사청구에 나섰다. 국선대리인은 항공사진, 지장물 보상내역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해 ㄴ씨가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결국 ㄴ씨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예고는 취소됐다.
국세청은 7일 영세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조세전문가 294명을 제5기 국선대리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2014년 첫 시행된 국선대리인은 세무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영세납세자에게 무료로 불복대리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국선대리인은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경력 3년 이상의 조세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고, 2022년 3월 현재 총 321명이 활동하고 있다.
국선대리인 지원은 청구세액이 3천만원 이하(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제외)의 영세납세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종합소득금액은 5천만원 이하, 보유재산은 5억원 이하여야 한다. 처음 제도가 시행된 2014년 이후 8년간 국선대리인의 도움을 받은 납세자는 3천명이 채 안되지만, 권리구제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0년 소액사건 기준으로 세무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인용률은 8.6%에 불과했는데, 국선대리인이 맡은 사건은 인용률이 21%에 이르렀다.
국선대리인 신청은 국세청 누리집 홈택스 또는 손택스 앱에서 가능하다. 청구세액 3천만원 이하의 납세자가 세무대리인 없이 국세청에 불복을 청구할 경우 국세청에서 지원요건 해당 여부를 검토해 개별적으로도 안내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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