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 국민들의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기 상황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인 사회적 고립도는 최고치를 찍었다.
통계청이 15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갱신된 삶의 질 지표 53개 가운데 31개는 전기대비 개선됐고 20개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의료계 등 기관에 대한 신뢰도나 고용률·소득만족도 등 경제적 상황은 개선되었으나, 사회적 관계나 사회참여와 관계된 지표들은 크게 나빠졌다. 삶의 질을 판단하는 지표는 전체 71개인데 지난해 새로 갱신된 항목은 53개다.
특히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해 ‘믿을 수 있다’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대인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2020년 대인신뢰도는 50.3%로 1년 전보다 15.9%포인트나 하락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최근 5년 동안 65%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대인신뢰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계단절, 대인 간 감염 위험 등으로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기관신뢰도는 47%로 2019년보다 5.5%포인트 상승했다. 의료계(71.2%), 교육계(64.8%), 지방자치단체(55.5%) 등에 대한 신뢰도가 주로 올라갔다.
위기 상황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회적 고립도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2019년보다 6.4%포인트 늘었따.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사회적 고립도는 2009년 31.8%에서 2013년 32.9%로 소폭 증가한 뒤 내리 감소세를 보였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가로 돌아섰다.
코로나19는 비만율도 높였다. 전반적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비만율은 2020년 38.3%로 1년 전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비만율은 2005년에 처음 30%대를 돌파한 이후 내리 35% 미만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증했다. 여성 비만율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남성 비만율이 2019년 41.8%에서 2020년 48.0%로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공연 관람 횟수나 여행일수 등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 토막이 났지만, 여가생활 만족도는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평균 횟수는 4.5회로 2019년(8.4회)에 견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전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가 11.2회로 가장 많았던 20대에서 가장 크게 줄었다. 1인당 여행일수는 2020년 기준 5.81일로 2019년(10.01일)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특히 70대 이상에서 6.08일에서 1.77일로 가장 크게 줄었다. 여가생활 전반이 크게 위축된 것에 비해, 여가생활 만족도는 2019년 28.8%에서 2021년 27%로 약간 줄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