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으로 사건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호반건설그룹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호반건설 계열 언론사인 전자신문사 임원이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이 계열 언론사를 앞세워 공정위에 청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호반건설의 취재윤리 훼손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월 전자신문 쪽 요청에 따라 조억헌 전자신문사 부회장, 강병준 편집국장과 점심 식사를 했다. 당시는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계열사 은폐 혐의 심의를 목전에 둔 시기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계열사를 은폐한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지를 결정하는 소회의를 열었다.
청탁 차원의 만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전자신문사 지분 43.68%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호반건설그룹의 계열사 은폐 사건은 당시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김상열 회장에 대한 고발도 가능한 사안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취재윤리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특히 식사 자리에 참석한 조억헌 부회장은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였던 광주방송 사장 출신으로, 현재 또 다른 계열사인 부동산 개발 기업 마륵파크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언론사 사주 쪽 관계자가 편집국 간부를 대동해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읽힐 만한 상황이다. 언론사의 취재 활동이 사주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면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편집국이 언론사 사주와 관련된 사안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거나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언론 윤리의 측면에서 이해상충의 대표적 행위”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강병준 전자신문 편집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점심 자리에서 김상열 회장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조억헌 부회장은 전자신문사 최대주주가 지난해 (호반건설로) 바뀌었기 때문에 동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원장이 만남을 거절하지 않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감한 시기에 언론사 취재기자도 아닌 경영진을 만날 이유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공정위 쪽은 “정책 홍보를 위해 대변인이 배석하는 언론사와의 오찬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지난 1월 전자신문과의 신년 간담회도 그 일환”이라며 “간담회에서 호반건설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간담회 직후 사건처리와 관련한 청탁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 외부인 접촉 보고를 마쳤다”며 “공정한 절차에 따라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을 검찰 고발했으며 이는 최고 제재 수준”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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