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전경련에 가입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에스케이그룹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빠져 있는데, 가입할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러한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며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LG) 등 4대 그룹은 현재 전경련에서 탈퇴한 상태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얽힌 탓이다. 최 회장은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라이벌(경쟁자)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 기대하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서 실제 얘기한다고 하니, 민간의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무언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소통 플랫폼’을 통해 들어온 제안 1만건을 윤석열 당선자에게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번 주 안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규제 개혁에 대해선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거다. 탄소를 줄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몰래 (탄소배출) 하든지 할 거다. 제가 생각하는 규제 개혁은 ‘규제가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게 무엇이냐, 그 목표가 지금 현실에 부합하느냐’를 판단한 뒤 필요하면 해당 규제를 바꿀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통상 조직(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의 편제 문제도 거론됐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부가 통상 교섭 업무를 맡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산업부에 있든 다른 부처에 있든 어떤 새로운 롤(역할)을 줄 거냐 이 문제를 생각하면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상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담당)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별 의견이 없다”거나 “어디로 가야 한다는 얘기는 제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처럼 산업부 안에 두는 쪽에 기울어 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라 핵심 이슈로 떠오른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해 최 회장은 “지금 당장은 문제이나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문제일 거라 보지는 않는다”며 “결국은 공급망 다변화에 따라 돌아가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가가 오르고 지불해야 할 코스트(비용)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서방세계로부터) 어떻게 취급당하고 그 문제가 어떻게 확산될 것이며,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거고, 그런 게 미래에 원자재 값과 모든 문제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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