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현행 1.25%인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애초 시장은 ‘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전격적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및 미국 긴축 행보로 금리 인상 시급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총재(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의 캐스팅보트 행사 여부도 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 위원은 비둘기파(금리 동결 선호) 견해를 꾸준히 유지해온 인물이다.
한은은 이번 주 ‘4월 금통위’를 열고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이창용 차기 총재 후보자가 취임 전인 까닭에 수장 공백으로 진행된다. 직전 2월 금통위 이후 한은 안팎에서는 4월 금리 동결 후 5월 추가 인상 전망이 흘러나왔다. 한은이 이미 주요국보다 한 발 빨리 3차례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파급 효과 점검 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총재 공백 상황도 금리 인상 ‘숨 고르기’ 전망에 힘이 실린 배경 중 하나다.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는 모습이다. 4월 금리 인상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총재 취임과 한은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되는 5월 금통위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4월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큰 근거는 달라진 경제 환경이다. 지난 2월 금통위 결정 및 경제 전망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 파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이후 국내외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다. 우선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면전까지 겹쳐 이달 초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1%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달부터 빠른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이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는 총재 단독 결정이 아닌 합의제 기구인 금통위가 결정한다는 점도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금통위는 총재, 부총재를 포함한 총 7명의 표결로 금리를 결정한다. 총재가 공백이어도 경제 상황 대응이 시급하다면 6명의 위원이 합의를 통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재 직무 대행을 맡은 주 위원의 표심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총재는 6인 위원의 의견이 3대3으로 갈릴 때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이번의 경우엔 총재 공백으로 6인 체제로 금통위가 구성되는 터라, 주 위원을 뺀 위원들의 표가 2(동결)과 3(인상)으로 갈릴 경우 주 위원이 금리 인상 쪽에 표를 던져야만 안건 부결을 피할 수 있다. 한은법상 안건이 통과하려면 4표 이상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 위원이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소수의견(동결)을 내비쳐 왔다는 점이다. 주 위원이 기존 생각 대로 동결 쪽에 표를 던지면 안건이 부결된다. 주 위원으로선 부결을 막기 위해 소신과 무관하게 다수 의견인 ‘금리 인상’ 쪽에 캐스팅보트를 던져야 하는 부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역대 한은 금통위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이 가져온 딜레마다.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한 위원은 총 2명(주상영 위원 외 1명 추정)으로, 이번 회의에서 한 명이 동결 쪽으로 돌아선다면 안건 부결 여부는 주 위원의 표심이 결정짓게 된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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