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차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풀기로 했다. 일단 처음 집을 살 때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실수요자에게만 규제가 풀린다. 사실상 디에스아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엘티브이만 소폭 조정한 것으로 향후 청년층 등 실수요자를 핀셋으로 어떻게 구제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우선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대해 엘티브이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60~70%인 상한이 80%로 올라간다. 반면 또 다른 공약 사항인 전 지역 엘티브이 70% 단일화(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 외)는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이날 디에스아르도 ‘안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현 골격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수위가 가계부채와 집값 자극 우려로 과감한 대출 규제 완화는 내놓지 못한 것이다.
<한겨레>가 은행권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현재 서울 9억원 아파트 구입시 연소득 3천만원 ㄱ씨의 대출가능금액은 약 2억2490만원이다. 연소득 9천만원 ㄴ씨의 대출가능금액은 약 5억1천만원이다. 지금 엘티브이 규제에 디에스아르 40%를 적용하고, 주택담보대출 3.42%에 360개월 원리금 균등 상환 및 기존 신용대출 미보유 등을 가정한 결과다. 만약 추후 국정과제 내용이 추진돼 ㄱ, ㄴ씨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이며, ‘엘티브이 80%’를 적용받는다면 대출가능금액은 각각 약 2억2490만원, 약 6억7400만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소득 3천만원인 ㄱ씨는 변화가 없으나 연소득 9천만원 ㄴ씨의 대출가능금액은 1억6400만원 늘어난다.
엘티브이 규제 완화에도 일부 계층 대출에 변화가 없는 것은 ‘디에스아르’ 때문이다. 엘티브이는 주택 가격에 비례하며, 디에스아르는 소득과 연동된다. 대출을 받을 때는 두 규제를 함께 적용받으므로 엘티브이 상한이 높아져 대출가능금액이 늘어난다고 해도 소득이 낮을 경우 빌릴 수 있는 돈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엘티브이 완화, 디에스아르 유지’ 정책이 고소득층에만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온 이유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난제’를 풀어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디에스아르는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층 등 취약계층에게는 규제를 풀어주는 묘수가 필요한 것이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청년층 주택담보대출 상품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리거나 미래 소득을 디에스아르에 반영해주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질 경우 월 상환액이 감소하는 만큼 디에스아르가 낮아지면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또 미래 소득을 반영해도 대출 한도는 증가한다. 디에스아르는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인수위는 “디에스아르 산정시 청년층 미래소득 반영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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