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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끝없는 ‘감세’, 재정준칙 깨고 재정운용 ‘날림’ 치달아

등록 2024-01-21 18:0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세제 개편안이 시행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정부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새 감세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을 허용해 투자 수익에 붙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힌 17일, 상속세를 추가 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마구 쏟아내는 수십가지 감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세수 기반이 더 약화되고, 정부·여당이 그동안 소리 높여 도입을 요구해온 ‘재정준칙’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 기준을 내년에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위선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나라 살림 운용이 ‘날림’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20일 사이 정부가 발표한 감세안 가운데, 세수 감소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것만도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1년 더 연장된 데 따른 세수 감소는 1조5천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추정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 세수 예상액은 8천억원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경우, 세수가 2천억∼3천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정부는 예상했다. 다른 감세 항목들을 제쳐두고 이 세가지만 합해도 세수 감소가 2조5천억∼2조6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속세까지 완화하면 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의 2.9%로 계획했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감세안을 실행에 옮겨 세수가 줄면 3%를 넘는 건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제정을 야당에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엔 이를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올해는 적자 비율이 3.9%로 확대된다. 내년에도 3%를 지키지 못할 사태를 스스로 만들면서 재정준칙이니 건전재정이니 목소리를 높이는 게 어이가 없다.

재정 지출을 마구 늘려도 부작용이 크지만, 세금을 마구잡이로 깎아주는 것도 나라 살림을 황폐화할 수 있다. 책임감을 가진 정부라면 피해야 한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집권 3년째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게 오직 ‘감세, 감세, 감세’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지와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흘러 드러날 그 후과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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