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운영계획에 재벌 관련 내용은 거의 없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역대 정부 때와 차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인수위가 내놓은 국정과제에선 재벌 규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대기업집단 제도 개선 차원에서 동일인 친족 범위를 줄이고,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참여 제도의 시장 안착을 돕겠다고 하는 등 재벌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들이 담겼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와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 등을,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 방안으로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와 소유·지배구조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선 이를 ‘사익편취나 부당내부거래 등에 엄정한 법 집행’으로 대신했다. 불공정거래 피해 신속 회복을 위해 분쟁조정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동반성장을 위해 상생협의회를 통한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구속력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과거 정부 때와 비교해 재벌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지난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가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감시(CG Watch 2020)’를 보면, 호주·싱가포르·홍콩·대만·말레이시아·일본·인도 등 아시아 1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9위에 그쳤다. 인수·합병 시 소액주주 보호나 지배구조 공시 등이 특히 나쁜 평가를 받았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사익편취 규제나 주주대표소송 강화 등 재벌 개혁 이슈가 여전한 데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떠오르는 상황인데, 국정과제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인수위가 제대로 논의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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