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하면서도 ‘경제’는 5번만 입에 올렸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와 비교하면 국민의 최대 현안인 경제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불투명한 게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 실업, 사회 갈등 등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꼽으며 “이 문제는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제의 고속 성장을 통해 일자리 등 사회적 기회를 확대하고 계층 간 이동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이룰 수단으로는 과학 기술과 혁신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으로 2% 안팎의 저성장이 고착화한 국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다. 세부 이행 방안 등 알맹이도 없이 ‘고성장’이란 구호만 외친 셈이다.
과거 대통령은 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선 경제가 1번만 언급됐다. 전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집권한 정권이었던 까닭에 기존 권력의 관행을 깨겠다는 데 연설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강조하며 재벌 개혁, 정경 유착 철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구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를 11차례, 박 전 대통령은 20차례나 말했다. 샐러리맨 출신으로 성공 신화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 전 대통령은 산업화, 민주화에 이은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구호 아래 시장 개방, 감세, 규제 완화, 공공 부문 경쟁 도입, 노조 힘 빼기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사에서 양성평등과 탄소 배출 감축 등 친환경 정책 전환을 언급한 것도 이색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 등을 3대 국정 기조로 앞세우고 창조 경제와 경제 민주화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불공정 행위 근절, 맞춤형 복지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취임사에서 제시되기도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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