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1주택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기로 한 데 이어, 두 세금의 ‘과세표준’의 출발점인 공시가격을 시세에 준하게끔 현실화하려던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정책수단을 쓰지 않고 ‘시장가격’에 수렴해야 할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부동산 부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고 공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며 “적정가격의 개념과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현실화율 적절성을 검토하고, 개별 부동산 간 현실화율 균형성 회복과 국민 부담 수준 등을 고려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적정 기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1월 국토부는 시세의 50∼70%에 머물고 있는 공시가격을 5∼15년 뒤 90% 수준으로 올리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 뒤 현실화 계획이 주택 가격 급등기와 맞물리며 ‘세 부담 증가’의 주범처럼 여겨지자, 현실화 계획 자체를 1년 반 만에 원점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11월까지 수정·보완 방안을 수립한 뒤 2023년 공시가격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실화 속도를 늦추면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낮아진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현재 1주택자 재산세 60%·종합부동산세 100%)을 곱해 정하기 때문이다. 산출식의 ‘앞단’에 있는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적용해 결정된다. 현실화율 단계적 상향을 시행한 2년째인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71.5%로 2년 전에 견줘 2.2%포인트 올랐다. 단독주택은 57.9%로 4.3%포인트 올랐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50∼70%에 머물고 있는 탓에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은 편이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현실화율 격차도 2년 전(15.4%포인트)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13.6%포인트 차이가 난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이런 상황에서 현실화 속도를 다시 늦추면 보유세 실효세율도 낮게 유지되면서 다주택자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했지만 보유세 부담도 함께 완화해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기기보다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통합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국토부 발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연구용역과정에서 ‘탄력적 조정장치’를 신설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제위기나 부동산 가격급등 등 외부충격이 있을 때 계획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장치”라며 “가령 코로나19처럼 큰 충격이 왔을 때 그해 현실화율을 3%포인트 올리려던 계획을 일시 유예하거나 절반만 반영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런 ‘탄력적 조정장치’를 부동산공시법령 개정 없이 ‘행정 계획’인 현실화율 계획에 신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조세 법률주의’를 위반하면서 자의적으로 과도한 할인 혜택을 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보유세 과표는 실거래가보다 크게 낮다. 과표를 산정할 때 쓰는 시세는 가격 상승기에는 실거래가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다. 시세는 한국부동산원이 감정평가액이나 부동산중개업소가 제시하는 예상거래 가격을 평균해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실거래가에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적용되며 총 3번 할인이 이뤄진다. 여기에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 한 채만 보유한 사람에겐 재산세율이 지난해부터 0.05%포인트씩 인하됐고,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도 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이런 상황에서 탄력적 조정장치까지 신설하면 보유세엔 ‘4중 할인’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고가부동산 보유자의 혜택이 커진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탄력적 조정장치가 너무 활성화해 공시가의 현실화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지 않도록 정량지표 등 요건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변동성이 심한 시기라 세금 부담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공시가격이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공시법상 공시가격은 ‘통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애당초 시장가격이자, 시장에 적정가격을 제시하는 국가 통계 인프라인 것이다. 정준호 교수는 “공시가격은 놔두고 세금 관련 정책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정부의 시행령으로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해야할 연구는 공시가격의 공정성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어떻게 더 실거래가에 준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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