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조선업계가
생산직 인력 수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선 대형 3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설계·사무직 직원 이탈마저 가속화하면서 ‘인력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만 벌써 161명의 사무직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당분간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데, 자칫 대안을 찾기도 전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지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회사를 떠난 설계·사무직 인력은 총 161명이다. 사내 인사시스템에 공고된 퇴직 인력을 모두 더한 숫자다. 특히 5월 한달 동안 89명이 회사를 떠났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산업은행에 요청해 받은 이 회사의 연도별 퇴사 현황 자료와 비교하면, 지난해 퇴사 규모(91명, 희망·정년퇴직 제외)는 이미 훌쩍 넘어섰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2018년 퇴사 규모(177명)에 근접했다.
특히, 올해 퇴사자 중 사번이 확인된 142명 중 135명이 13년차 이하였다. 노현범 대우조선해양 사무직지회장은 “오랜 기간 신입사원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이라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인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이 떠나는가에 대해 질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퇴사자의 70∼80%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이다. 입사 12년차인 과장 ㄱ씨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년 전 확인한 원천징수 금액이 신입사원 때 액수보다 오히려 더 적었다. 10년 일한 대가가 이런 건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14년차 직원 ㄴ씨는 한 퇴사자가 담당임원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줬다. ㄴ씨는 “떠나는 동료가 퇴사 이유를 묻는 임원에게 ‘해운대 고깃집 알바생이 월 300만원 받는다. 우리 주니어들은 나름 전문직종인 설계일을 하는데도 세금 떼고 250만원을 받는다. 회사에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냐’고 대답했다. 젊은 직원들의 연봉이 동종사와 비교해 1천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정도 적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3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젊은 직원들이 이탈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불발되면서 사기가 많이 꺾였다. 사기업으로 편입되면 당장은 진통을 겪겠지만, 의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는 게 직원들의 목소리다. 10년차 사무직 ㄷ씨는 “회사에 더는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회사에 남아서 경력을 더 쌓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 경쟁력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월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생존해야 하는 처지인데 직원들의 대거 이탈로 조선업계 개편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현범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홀로 살아남든 (다른 회사에) 팔리든 자생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내부 티에프(TF)팀을 만들어 직원 급여·복지 등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사담당 임원은 “올해 7월 중순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가능한 한 임금인상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우선으로 하되, 시차출퇴근제·주4일제 등 자율성에 기반을 둔 유인조건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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