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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래 비전 없다”…대우조선 설계·사무직 올해만 161명 떠났다

등록 2022-06-07 14:10수정 2022-07-19 16:50

대우조선해양 설계·사무직 이탈 가속
5월에만 89명 퇴사…80% 현대중 이직
허리급 대거 이탈로 일할 사람 부족

낮은임금과 불투명한 미래로 떠나
“고깃집 알바도 300만원 받는데…
회사 주니어 직원은 250만원뿐”
대우조선 “7월 중순 개선책 공개”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조선업계가 생산직 인력 수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선 대형 3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설계·사무직 직원 이탈마저 가속화하면서 ‘인력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만 벌써 161명의 사무직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당분간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데, 자칫 대안을 찾기도 전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지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회사를 떠난 설계·사무직 인력은 총 161명이다. 사내 인사시스템에 공고된 퇴직 인력을 모두 더한 숫자다. 특히 5월 한달 동안 89명이 회사를 떠났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산업은행에 요청해 받은 이 회사의 연도별 퇴사 현황 자료와 비교하면, 지난해 퇴사 규모(91명, 희망·정년퇴직 제외)는 이미 훌쩍 넘어섰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2018년 퇴사 규모(177명)에 근접했다.

특히, 올해 퇴사자 중 사번이 확인된 142명 중 135명이 13년차 이하였다. 노현범 대우조선해양 사무직지회장은 “오랜 기간 신입사원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이라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인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이 떠나는가에 대해 질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퇴사자의 70∼80%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이다. 입사 12년차인 과장 ㄱ씨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년 전 확인한 원천징수 금액이 신입사원 때 액수보다 오히려 더 적었다. 10년 일한 대가가 이런 건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14년차 직원 ㄴ씨는 한 퇴사자가 담당임원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줬다. ㄴ씨는 “떠나는 동료가 퇴사 이유를 묻는 임원에게 ‘해운대 고깃집 알바생이 월 300만원 받는다. 우리 주니어들은 나름 전문직종인 설계일을 하는데도 세금 떼고 250만원을 받는다. 회사에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냐’고 대답했다. 젊은 직원들의 연봉이 동종사와 비교해 1천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정도 적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3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지난 2017년 3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젊은 직원들이 이탈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이 불발되면서 사기가 많이 꺾였다. 사기업으로 편입되면 당장은 진통을 겪겠지만, 의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는 게 직원들의 목소리다. 10년차 사무직 ㄷ씨는 “회사에 더는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회사에 남아서 경력을 더 쌓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 경쟁력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월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생존해야 하는 처지인데 직원들의 대거 이탈로 조선업계 개편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현범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홀로 살아남든 (다른 회사에) 팔리든 자생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내부 티에프(TF)팀을 만들어 직원 급여·복지 등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사담당 임원은 “올해 7월 중순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가능한 한 임금인상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우선으로 하되, 시차출퇴근제·주4일제 등 자율성에 기반을 둔 유인조건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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