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이던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운송하는 편도 운임 평균은 46만원으로, 10년 전인 2011년 44만원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운임 설정을 시장 자율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안전운임제 등을 통한 적절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매년 화물차주들을 실태조사 해 펴내는 ‘화물운송시장 동향’ 보고서를 종합하면, 4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부산-수도권 편도 운임은 2011년 평균 44만1489원에서 2021년 46만2549원으로, 10년간 4.77% 올랐다. 같은 기간 강원 영월-수도권 시멘트 벌크트레일러(BCT) 운임비는 톤당 9764원에서 1만712원으로 9.70% 상승했다. 부산-수도권과 영월-수도권은 컨테이너와 시멘트가 운송되는 가장 주요한 구간인데, 10년 동안 4∼9%대 운임 상승률은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등에 못 미치는 것이다.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11년에 견줘 14.08% 올랐고, 최저임금(4320원→8720원)은 약 2배로 올랐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컨테이너·시멘트 화물 운임은 제도가 시행된 2020년부터 다소 상향 조정된 것이지만,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은 나머지 모든 화물 운임은 10년 전보다 되레 낮아진 사실도 확인됐다. 부산-수도권 40피트 컨테이너 1개 편도 운임의 경우 2019년 40만6860원→2020년 42만5748원→2021년 46만2549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은 경북 포항-수도권 철강 1톤당 편도 운임은 2만638원→1만9476원→2만76원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2021년 운임은 10년 전인 2011년 운임(2만451원)보다 되레 낮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올해 안전운임제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임은 공익위원(4명)·화주(3명)·운수사업자(3명)·화물차주(3명)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정하는데, 분기별 평균 경유가격이 직전 분기에 견줘 50원 이상 인상·인하될 때 자동 조정되도록 설계됐다. 2021년 화물운송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일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지출(지입료·주선료·유류비·통행료·차량할부금 등 평균 627만원) 가운데 유류비(유가보조금 반영)가 44.5%를 차지한다. 안전운임 유가 연동은 제도 도입 당시 화주 쪽에서도 동의했고, 경유 가격이 하락한 2020년 7월에는 국토부가 하향 조정된 안전운임을 재고시한 일도 있다.
최근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화물연대에 ‘정부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지만, 이는 4년 전 모습과 정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운임제 도입을 결정한 2018년 4월10일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화물차 운임은 운송업체 과당 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10년 이상 운임이 상승하지 못했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화물 운전자들이 수입 보전을 위해 과로, 과적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해왔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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