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평화마을 짓자’의 밭지킴이 최정분씨가 풀을 뽑고 있다. 이춘재 선임기자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만 있는 게 아니다. 가축 분뇨와 논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있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메탄 1톤은 이산화탄소 1톤보다 86배나 더 뜨겁게 공기를 데운다는 연구 결과(<이코노미스트> 2021년 3월31일치)도 있다. 메탄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메탄은 주로 소를 비롯한 가축의 위에서 음식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트림이나 방귀, 똥의 형태로 밖으로 나온다. 빌 게이츠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약 10억마리의 식용 소가 사육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메탄은 이산화탄소 20억톤과 동일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고 한다.(<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2021) 따라서 소 사육을 줄이거나(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거나), 아니면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이 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기농의 딜레마가 여기서 발생한다. 유기농은 가축 분뇨로 썩힌 퇴비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퇴비가 농경지로 유입되면 메탄 말고도 아산화질소가 배출돼 고민은 더욱 커진다. 토양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정작 지구온난화에는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퍼머컬처’ 농법은 가축 분뇨 대신 음식물 쓰레기로 썩힌 퇴비나 녹비를 사용한다.
메탄 배출량은 2007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세계가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개발도상국의 육류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살게 될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며, 특히 고기와 유제품을 더 많이 먹는다. 따라서 육류 소비를 막기보다는 가축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가축 분뇨는 고체 연료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에도 도움이 된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국내 농업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7% 줄여야 한다. 국가 전체 감축 목표 40%와 비교하면 작아 보이지만, 식량안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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