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경기 전망이 부쩍 어두워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가 가라앉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17일 펴낸 ‘최근 경제 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 회복이 지속하고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가 매달 내놓는 경기 진단 보고서는 겉 표지가 녹색이어서 ‘그린북’이라고 부른다. 그린북에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쓴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 21% 늘었지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11%로 4월(15%)보다 증가세가 주춤했다. 지난 4월 국내 설비 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감소하며, 3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다만, 지난달 백화점 매출과 국내 카드 승인액이 1년 전에 견줘 10% 넘게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회복에 힘입어 살아나는 내수, 공공 일자리 중심의 고용이 경기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기재부 쪽은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기조적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주요 나라의 통화 정책 전환 가속화, 공급망 차질 지속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의 하방 위험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전날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6%,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1.5%포인트 내려가고, 물가 오름폭은 2배가량 되리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 거시 경제 위험 관리에 총력 대응하고,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의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