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이날 전국 평균 경유값은 전날보다 3.08원 오른 ℓ당 2115.58원으로, 전날보다 2.54원 오른 휘발유값 전국 평균(ℓ당 2107.17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에 시민들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고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결’ 원칙을 내세웠지만 전기·가스 요금은 소폭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당면 민생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폭을 7월부터 연말까지 법상 허용된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해 석유류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은 30%로 확대됐지만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2천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여기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도인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내민 것이다. 탄력세율은 법에서 정한 기준 세율을 정부가 상황에 맞게 일정 범위 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세율을 말한다. 정부는 오는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유류세 인하분이 빠르게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유소와 정유사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37%까지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할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는 38원 가량 추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57원 낮아진 516원, 경유는 38원 낮아진 369원, 엘피지(LPG)부탄은 12원 낮아진 130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정부는 보고있다. 하루 40km(연비 리터당 10km)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기준으로 한달에 약 7천원 가량을 추가 절감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류세 추가인하 효과도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경유를 쓰는 운송사업자에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유가연동보조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유가연동보조금은 기준가격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인데 지급 기준가격을 현행 리터당 1750원에서 1700원으로 낮춘다. 경유가격이 리터당 2050원이라고 가정하면, 보조금은 리터당 150원에서 175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선 항공유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적용해 현행 수입관세 3%를 0%로 낮추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대폭 상향한다. 정부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가운데 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까지 올리기로 했다. 신용카드 등으로 대중교통에 상·하반기 각 80만원씩 지출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대중교통 소득공제액은 64만원에서 96만원까지 올라간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은 인상을 ‘최소화’하고 그 밖의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우편요금, 광역상수도요금, 자동차검사수수료 등은 동결 방침을 밝히면서, 전기·가스요금의 소폭 인상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이번 물가 대책에도 취약계층의 물가 부담을 덜어줄 신규 지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물가가 오르면 특히 취약계층이 어렵다”면서도 2차 추가경정예산에 담긴 1조원 규모의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에너지 바우처 시행 등의 기존 대책만 언급했다.
세종/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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