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과세수 진상규명과 재정개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대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9월에도 올해 초과세수를 인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초과세수를 제때 적극적으로 인식했다면 올해 본예산에서는 대규모의 초과세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초과세수 진상규명 추진단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과세수 진상규명과 재정개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21년 초과세수가 60조원 가까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인식할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올해 국세 예산이 지나치게 과소추계된 것이란 사실도 짐작할 수 있었다”며 “정확한 세수 추계가 어려울 수 있지만 세수가 빗나갈 것이 예측되는데도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과세수를 뒤늦게 인식하면서 올해 본예산의 세수 전망도 축소됐고 나아가 올해 53조3천억원의 대규모 초과세수를 낳았다는 것이 발제의 골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세가 343조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 결산 국세수입(344조1천억원)보다도 적다. 지난해와 올해 경상성장률(물가 변동분이 반영된 명목 국내총생산의 증가율) 전망이 6%를 웃돌고 있었고 지난해 8월 말 기준 국세가 전년 대비 54조3천억원이나 더 걷힌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국세가 지난해보다 덜 걷힐 것이란 예측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 31조6천억원의 초과세수를 예측했고 지난해 11월에야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어선다고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본예산을 제출하던 지난해 9월에 초과세수를 적극적으로 인식했다면 올해 본예산의 국세 예산이 과소추계됐다는 판단도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본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수준을 넘어서는 조세수입으로 그 규모가 커질 때는 재정정책 결정 과정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정부가 세수 규모를 넘겨 지출할 때는 국채 발행을 감수해야 하기에 지출 확대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 같은 세수인데도 인식 시점에 따라 활용도가 무척 떨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권에 따라서 세수 오차 규모가 달라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역대 정권별 세수 오차의 크기를 살펴보면, 확장적이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정부에서는 세수가 과소추계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이런 방식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것 아닌가 싶고, 세수 오차가 다소 구조화된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기재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초과세수 발생의 배경에 기재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기재부에 대한 “분식회계” “범죄행위” “나라의 수치” 등의 격앙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초과세수 진상규명과 재정개혁추진단 단장)은 “올해 1차 추경 때는 재원이 없다고 11조3천억원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던 기재부가 불과 3개월 만에 53조3천억원이라는 초과세수를 가져온 것은 무능이거나 다른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예산은 정치적 고려로 집행될 수 있지만, 국가 세수마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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