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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잘 나가는 반도체? 그치지 않는 위기론…설계인력·소부장 취약

등록 2022-07-21 16:53수정 2022-07-22 02:46

정부, 반도체산업 육성 대책 발표
설계인력 퀄컴 2만명, 국내 200개사 1만명뿐
밑바탕 소부장 산업 취약해 국외 의존도 커
세액공제 확대 소부장 빼고 대기업만 혜택 논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국내 경제의 핵심 영역으로 꼽히는 반도체 시장은 두드러진 외형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인력, 기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생태계 전반이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21일 세제 지원 강화, 공장 용적률 완화, 인력 양성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 산업 육성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인력은 양과 질 모두 업계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평가한다. 산업부는 2031년까지 10년간 15만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가 이날 대책에서 목표로 내건 인력 양성 규모는 여기서 비롯됐다. 설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덧붙는다. 산업부는 “(미국) 퀄컴 1개사 설계인력이 2만명 이상인데, 국내에선 팹리스(설계전문 회사) 200여개사가 설계인력 1만명을 두고 경쟁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술 격차 면에서도 위기감이 퍼져 있다. 메모리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 탓에 지위가 약해지고, 비메모리 분야에서 선도국에 뒤처진 상태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021년 기준 3.0% 수준이다. 설계 전문 팹리스 분야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50대 팹리스 중 국내 기업은 엘엑스(LX)세미콘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정부가 이날 대책에서 전력, 차량용, 인공지능(AI) 등 3대 차세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높인다는 목표를 내건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한 사정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장비 국산화율은 약 20%, 소재 국산화율은 약 50%라고 반도체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특히 장비 분야에선 국내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날 대책은 국가 경제의 주축을 뒷받침한다는 명분과 달리 논란을 부를 지점이 여럿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 최대 주 64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제를 허용한다는 게 한 예다. 그 자체로 노동계의 시비를 부르고 다른 영역으로 번질 빌미가 될 수 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019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만 특별연장근로 사유로 넣겠다고 했을 때 제도가 추후 확장될까 우려했는데 그것이 사실이 됐다”며 “식품업종도 연구개발 분야가 다 있는데 이런 식으로 사유를 계속 확대하면 다른 업종 연구개발 분야까지 다 확대되고 노동시간 단축은 무력화된다”고 비판했다.

용적률 완화도 반도체 단지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다른 업종에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게 된다”며 “다른 첨단업종들도 산업부에 지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 시설 기준에 대한 규제를 연말까지 대폭 개선하기로 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대폭 높인다는 목표는 늘 제기돼온 터였다.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어, 정부 지원에 따른 기업 투자가 계획대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산업부가 집계한 반도체 업계 투자 계획 규모는 앞으로 5년간 340조원을 웃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반도체 회사 시설 투자 때 인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프라 구축비가 많이 든다. 인허가를 법적으로 빨리해야 한다는 조치나 국비로 인프라를 지원하기로 한 건 긍정적으로 본다”고 총평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때 ‘중대·명백한 사유’(예 중대한 공익 침해 등)가 없을 경우 인허가의 ‘신속 처리’를 의무화하도록 국가첨단산업특별법을 개정하고, 반도체 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기로 한 대목을 일컫는다.

박 교수는 “다만, 세액공제 혜택을 대기업 쪽만 2%포인트 올린 것으로는 미흡하다”며 “반도체업 특성상 소부장 분야가 강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반도체 강화와 관련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팹(위탁생산 시설) 신설 방안이 없다”는 점도 미흡한 대목이며,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반도체 업계 쪽에선 인프라 국비 지원,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방안에 환영의 뜻을 보이는 동시에 실제로 이행되느냐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자 지원부터 인력양성까지 넓은 수준의 지원 방안이 포함돼 환영한다”며 “특히 용적률 상향은 생산 능력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분야 연장근로 확대에 대해서도 “업계에서 늘 요구해오던 것으로, 특정 기간 집중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프라 국비 지원 등에선 돈 문제보다 전력을 끌어오고 토지 보상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인력양성 방안과 관련해선 “교육부에서 이미 발표한 것을 더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진전”이라면서도 “석·박사급 고급 인력 문제는 하루아침에 풀 수 없어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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