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9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첫 출근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앞세웠다.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기존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적극 감시하고 규제해야 하는 규제기관으로서의 공정위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가 녹록치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한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앞세운 ‘규제 혁신’ 이행 의지도 거듭 밝혔다. 그는 “새 정부 경제 철학은, 성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명되면 이 부분에 방점을 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시장경제 복원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공정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법 집행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공정위 법 집행이 국민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법 집행의 절차적 부분을 보완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신속한 사건 처리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소비자 같은 약자들이 정보력이 부족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보험법 전문가 이력이 공정위원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는 “오랫동안 기업 활동과 소비자 보호를 연구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현장 직원들과 깊이 상의해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79학번인 윤 대통령의 후배인 한 후보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뒤 주로 보험법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2016∼19년엔 보험연구원장을 지냈다.
공정위 안팎에선 공정거래법 분야의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을 들어, 기존 대기업집단과 신흥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앞장서야 할 공정위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장관으로 기용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 방향과 달리 보험법 전문가를 공정위 수장으로 내정한 것 자체가 공정위 역할 축소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한 후보자 말은 공정위 역할 축소에 방점을 찍은 현 정부의 운영 기조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쟁법뿐 아니라 독점규제나 대기업집단 규제, 플랫폼 규제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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