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경영권 방어장치
“경영 규율책 훼손“ ― “경영권 방어 허술” 맞서
금융감독 당국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장치 마련을 본격 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부 외국계 주주들의 과도한 경영 간섭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잔존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과연 방어장치를 도입하는게 바람직한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달라졌나=적대적 인수합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 허용됐다. 재계가 강력히 반발했으나 당시 국제통화기금의 요구로 관철됐다. 대표적인 방어장치인 의무공개매수제도가 폐지된 것도 바로 이때다. 당시 논리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영진에 대한 외부의 규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감독 당국은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요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지분이 5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칸 아이칸과 같은 사냥꾼들이 등장함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 외국계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소버린과 칼 아이칸 등 두건에 불과하며 실제로 인수합병을 당하지도 않았다”며 “부작용이 크지도 않은데 유력한 경영 규율장치를 약화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주주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의 경우 ‘1주1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규제 완화=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경영권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27일 ‘투기성 외국자본의 문제점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외국자본과 투기성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외환위기를 계기로 유럽은 물론 미국보다도 완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988년 제정된 ‘엑손-플로리오 법’을 통해 국가적 이익이 심각하게 손상될 우려가 있는 경우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조사하고 투자를 철회하도록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1980년대 일본기업의 미국기업 인수가 급증하자 도입됐다. 주에 따라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방어장치가 마련돼 있다.
유럽은 우호적 인수합병 시장은 활성화돼 있으나 적대적 인수합병은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차등의결권(스웨덴·핀란드·덴마크·프랑스), 황금주(스페인·영국·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 등이 허용돼 있다. 유럽연합은 2000년대 들어 경영권 방어장치 철폐를 추진했으나, 독일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본은 지난해 독소조항,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의 방어장치를 도입한 바 있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윤성훈 차장은 “건전한 외국자본의 유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투기성 외국자본의 부적절한 행태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의 폐해가 나타나자 우호적인 기관투자가의 지분 취득을 활성화한 미국처럼 기관투자가 육성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유럽은 우호적 인수합병 시장은 활성화돼 있으나 적대적 인수합병은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차등의결권(스웨덴·핀란드·덴마크·프랑스), 황금주(스페인·영국·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 등이 허용돼 있다. 유럽연합은 2000년대 들어 경영권 방어장치 철폐를 추진했으나, 독일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본은 지난해 독소조항,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의 방어장치를 도입한 바 있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윤성훈 차장은 “건전한 외국자본의 유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투기성 외국자본의 부적절한 행태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의 폐해가 나타나자 우호적인 기관투자가의 지분 취득을 활성화한 미국처럼 기관투자가 육성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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