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고용지표가 둔화 추세를 나타내자 금융·외환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달러 강세도 한풀 꺾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인데다,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보면, 8월 한 달간 비농업부문 취업자(계절조정)는 31만5천명 늘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치(30만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7월(52만6천명)보다 증가폭이 작다. 비농업 민간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0.3% 올라 마찬가지로 전달(0.5%)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실업률은 3.5%에서 3.7%로 높아졌으며, 경제활동 참가율도 62.1%에서 62.4%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일(현지시각) 고용지표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이 완화 추세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전망한 다음달 정책금리가 0.7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고용지표 발표 전후로 70%대에서 50%대로 내려왔다. 0.50%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40%대로 올라섰다. 달러 강세도 다소 가라앉았다. 전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견준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일 109대에서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이번 고용지표가 연준 인사들의 생각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데다, 취업자 증가폭은 다소 줄긴 했으나 작지 않은 수준이어서다. 연준이 고용 회복의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삼는 경제활동 참가율은 아직도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63.4%)보다 1%포인트 낮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도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일 노르드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에너지 당국인 연방네트워크청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트위터에서 “독일은 예전보다 더 잘 대비돼 있긴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모두의 (에너지) 절약에 달렸다”고 적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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