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23곳, 해외 계열사 통해 기업 지배력 ‘우회’ 확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76곳 주식소유현황 분석
국외 계열사 통해 국내 직·간접 출자…롯데·네이버 최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대기업집단이 해외 계열사나 공익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업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76곳의 주식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국외 계열사·공익법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5월1일 기준으로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국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23개로 지난해보다 1개 늘었다. 이들 기업 소속의 국외 계열사 89곳이 국내 계열사 66곳에 직·간접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3개 집단 가운데 12곳은 국외 계열사 21곳을 통해 직접 출자 형태로만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지만, 나머지 11개 집단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45개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총 531개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롯데(506개)와 네이버(12개)는 출자 구조 수가 많고 출자 단계도 상대적으로 길었다.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66곳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국외 계열사가 있는 집단은 12곳이었다. 이 가운데 롯데·코오롱·장금상선·오케이금융그룹 등 4개 집단의 9개 국외 계열사는 국내 계열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하고 있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분석 결과 일부 그룹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해외 계열사를 가지고 있고,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어떤 식으로 지분을 보유하는지 계속 추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대표적으로 국외 계열사를 통한 상호출자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다.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일본 계열사 ‘JINRO INC.’가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출자하고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하이트진로에 출자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 과장은 “하이트진로는 해외 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측면이 편법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새로 국외 계열사 관련 공시를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도 66개 집단 소속 총 835곳으로 지난해(57개 집단, 265곳)보다 570곳이나 늘었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규제 범위가 ‘총수일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 회사’에서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회사 및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바뀐 영향이다. 두나무(12개사), 크래프톤(1개사), 보성(26개사) 등 8개 집단이 사익 편취 규제대상으로 신규 지정됐다. 공정위는 “사익 편취 규제대상 회사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규제 기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법 위반 예방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 76개 대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60.4%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총수 있는 기업집단 66곳의 내부 지분율은 59.9%로 1.9%포인트 올랐다. 다만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7%로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계열사 지분율이 53.3%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이지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