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은 배달료 거리 깎기 중단하라’ 집회 및 행진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거리깎기’ 논란을 불러오며 라이더들의 반발을 샀던 배달의민족이 기존에 사용하던 자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포기하고 시중에서 사용되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통한 ‘실거리 측정’을 통해 배달료를 지불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로써 ‘오토바이 행진’ 등 항의시위를 불러왔던 ‘실거리 측정 논란’ 사태는 라이더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20일 배달의민족과 라이더들의 말을 종합하면,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을 수행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노조와 협의 끝에, 자체 개발·운영 내비게이션 시스템 대신 시중에서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실거리를 측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배민이 지난 4월21일 새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약 5개월여 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다.
앞서 지난 1월5일 배민과 배달플랫폼 노조는 거리 할증을 정산하기 위해 ‘직선거리 요금제’ 대신 실제 배달 거리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실거리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실거리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배민이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실제보다 짧게 측정된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은 배달료 거리 깎기 중단하라’ 집회 및 행진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당시 노조 쪽은 배민의 내비 실거리제를 ‘드론 실거리제’라고 비판했다.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위해 이동할 때는 도로교통법을 지켜 운행해야 함에도 배민의 내비게이션은 도로의 좌회전 금지, 일방통행 등의 주요 정보가 고려되지 않은 상태로 경로가 측정돼, 실제 라이더들의 운행 거리보다 짧게 계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노조는 이러한 오류 발생 이유를 배민이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문제로 추측했다. 배민이 오에스아르엠(OSRM)이라는 오픈 소스를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도로 교통 정보가 전혀 입력되지 않은 순수한 지도라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우아한청년 쪽은 “교통정보를 반영한 경로 안내 방법으로는 경로 및 거리 산정이 일관되지 않아 배달료 산정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며 “비교 대상으로 삼는 내비게이션의 종류, 경로 설정·조건에 따라 예상 이동 거리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계속해서 프로그램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배달플랫폼노조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토바이 행진 시위를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항의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은 배달료 거리 깎기 중단하라’ 집회 및 행진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달의민족이 결국 라이더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은 이유는 수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악화하는 가운데 ‘똥콜 골라내기’까지 성행하는 등 라이더의 수급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은 까닭으로 보인다. 배민1과 같은 단건 배달의 경우, 빠른 배달을 위해 안정적인 라이더 수급이 필수 요소다. 업계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이 타켓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번 합의의 또 다른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는 “배달노동자가 지속해서 제기한 내비게이션 오류 의혹에 관해 사측이 입장을 변경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제대로 된 배달협약에 따른 배달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아한청년들 최재규 팀장은 “자체 내비를 이용할 때와 시중 통상적인 내비를 이용할 때 차이가 별로 없어 이번 합의가 소비자의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