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과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무역 유관기관들이 일제히 수출 둔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절기 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른 높은 수입 증가세가 유지돼 연말까지 무역적자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수입협회 대회의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산업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수입이 단시일 내에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무역)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쪽은 “최근의 환율 급등은 원자재 조달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중국 무역적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공급망 연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의 무역적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에서 유발된 경기적 요인과 해외직접 투자에 따른 수출입 채널 다양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라(KOTRA)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둔화 여파로 하반기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영진 차관은 “수출이 8월까지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음에도 8월 누계 251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급증이 주된 요인”이라며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 추이를 고려하면 4분기에도 에너지 수입 증가는 우리 무역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와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 증가율도 6월 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 긴장감을 갖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차관은 또한 “주요국 금리 인상, 중국의 지역 봉쇄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둔화,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러·우 전쟁 장기화 등으로 향후 우리 수출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물류·인증 지원을 위한 예비비 120억원 규모의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수출에 병목을 유발하는 각종 규제·애로도 타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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