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고용 회복세가 꺾일 것이라던 정부의 애초 전망과 달리, 고용이 ‘예상 밖’ 호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실업률은 2.1%로 통계 작성 이래 2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 관계자들도 “꺾일 때가 됐는데 이상하다”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2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를 나타내는 등 나름 선방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 회복세는 그 이상으로 컸다. 3분기부터는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 고용은 여전히 수치가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서 하반기부터 고용회복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전망의 근거는 지난해 4월부터 줄곧 50∼60만명대로 큰 폭 증가를 보여왔던 ‘취업자 수 추이’였다.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증감폭을 잰다. 2020년에 취업자가 크게 줄어 그 ‘기저효과’로 지난해에는 취업자 증가폭이 커졌다면, 올해는 반대로 ‘역기저 효과’로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 고물가와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 경기 하방요인이 크다는 점 역시 고용 둔화 예측의 근거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80만7천명 늘어 18개월째 증가세다. 증가폭이 지난 5월(93만5천명) 이후로 조금씩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예상 밖의 큰 폭 증가다. 게다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 2.1%’는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실업률’을 3%대 중후반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은 그보다도 낮은 셈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파다한 가운데 이어지고 있는 뜻밖의 고용 호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직 모른다”면서도 나름의 가설을 내밀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이제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종류, 고용 형태, 근무 방식 등이 변화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고용시장 과열’이라는 것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인력 수요는 대면 서비스업 쪽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비대면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이 대면서비스업 쪽으로 다시 넘어가는 이동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대면에서 다시 대면으로 급격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과열현상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 등 일부 서비스업의 회복이 다소 뒤늦게 나타난 영향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경기가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멈춘 올해 초부터 회복이 시작됐다”며 “코로나19 때 빠졌던 취업자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좋은 숫자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아직 꺼지지 않은 소비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시적 마찰에 의한 고용 호황에 정부는 다소 안일한 태도다. 앞서 정부는 고용동향이 발표되는 날마다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용시장을 점검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고용지표가 충분히 좋다”는 취지로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양적 회복과 달리 질적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강한 고용 회복 양상이 계속 갈 순 없고 결국 완만하게 둔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취업자가 상용직(1년 이상 고용계약) 중심으로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상용직 증가분도 대부분 1∼2년짜리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안정 측면에서 그리 좋다고 보기 어려운 일자리들”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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