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장 중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됐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국제차관보가 현재 한국의 대외건전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자제하면서 “지금은 외환당국이 매일 전투를 치르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 오면 지금까지 준비한 것을 토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국제차관보)은 2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각 나라가 환율과 관련해서는 전쟁에 준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본다. 각 나라 외환당국이 매일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 오면 지금까지 준비한 것 토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모습을 갖춰온 대외건전성 관련 정책을 설명하며 “외환보유액은 최후의 보루로 깔고 민간 대외자산 규모도 증가해왔다. 민간 은행과 제2금융권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대외건전성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괜찮다’ 이런 말 드리러 온 것 아니다”라며 낙관적 평가는 자제했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 차관보는 “우리 외환보유액 추이를 보면 2017∼2019년에는 큰 변동이 없다가 2020년 말과 2021년 초에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환율이 1080원까지 내려가면서 상당히 많은 시장안정조치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때 늘린 보유액이 지금은 도움이 된다. 필요할 때 쓰라고 있는 게 외환보유액”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2017년(3898억달러)부터 2019년(4088억달러)까지 완만히 늘어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 4431억달러, 2021년 4631억달러로 급격히 늘어난 바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달러로 8개월 전과 견줘 5.7%(267억 달러) 감소했다.
이러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달러 외 통화’의 가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김 차관보는 설명했다. 김 차관보는 “우리 외환보유액의 미국 달러 비중이 60%대로, 30% 정도는 다른 통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른 점은 외환보유액의 약 30% 정도는 가만히 있어도 가치가 준다는 것”이라며 “2008년에는 대부분 시장 개입으로 달러를 팔아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봐야 하고, 지금은 시장안정을 위해 파는 부분도 있고 다른 통화 가치가 감소해서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은 2012억달러로 전년 대비 23%(610억 달러) 넘게 감소한 바 있다.
‘역외 투기적 움직임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차관보는 “최근 외환시장 환율 급변동이 역외 투기적 움직임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은데, 9월 들어서 외환 수급 통계를 보면 오히려 환율변동 요인은 국내에 있다. 8월은 어느 정도 (그 시각이) 맞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달러 사재기 등 시장의 쏠림 현상은 모든 나라가 가진 공통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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