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석 달 전 내놓은 전망치에서 0.2%포인트 내렸다. 국제통화기금은 “전 세계의 3분의 1에서 올해와 내년 중 경기 위축을 겪을 것”이라며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 기구는 1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2% 성장하고, 내년에는 2.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에 제시했던 것과 같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앞서 지난 4월 0.7%포인트 대폭 내린데 이어 추가 하향 조정됐다.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000∼2021년 경제성장률 평균치(3.6%)에 크게 못 미친다”며 “내년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질 확률도 25%에 이른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에 닥친 복합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단 뜻이다. 국가별 전망치를 보면, 내년 성장률이 지난 7월 전망보다 낮아진 국가가 143개국에 이른다. 전 세계 총생산(GDP)의 92%를 차지하는 국가 규모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올 상반기 미국 국내총생산 감소와 하반기 유로지역의 경기 위축,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장기화 및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았다.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미국과 유로지역,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0%, 0.5%, 4.4%다. 지난 7월 전망에 견줘 미국은 그대로고, 유로지역은 0.7%포인트 하향조정 됐으며, 중국도 0.2%포인트 내렸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들 3대 경제 대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전 세계 지디피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2022∼2023년 중 두개 분기 연속 지디피가 감소하는 등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술적 경기 침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10일(현지시각) 미국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치솟는 물가와 예상보다 더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위기 요인으로 꼽으며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다. 미국은 앞으로 여섯달이나 아홉달 뒤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구는 한국은 올해 2.6% 성장하고 내년은 2.0%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 전망치에서 각각 0.3%포인트 올리고 0.1%포인트 내렸다. 국제통화기금의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2.2%), 피치(1.9%), 한국은행(2.1%)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과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 기구는 각국에 “인플레이션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통화·재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경제 분절화를 경계하고 자유무역기조를 강화하는 등 국제 다자 협력 체제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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