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의 개편이 ‘부자 감세’로 이어져 부의 재분배라는 상속세의 애초 취지를 허물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고광효 세제실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유산 취득세 전환은 상속세 과세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으로, 앞으로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관련 이슈를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5월까지 유산 취득세 법제화 방안을 연구하는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정기 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산 취득세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권고했던 과제다. 현재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전체 유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상속인별로 취득한 유산에 대해 각자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였다. 국제적으로도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곳뿐이다. 자산 취득세 방식의 증여세와 과세체계가 다른 점도 개편의 이유로 지적됐다.
문제는 자녀 세대에 거액의 유산을 물려줄 고액자산가들의 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다. 과세대상을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에서 ‘유산 취득자의 취득재산 가액’으로 바꾸는 이번 개편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구조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속세는 2021년 기준으로 한 해 사망자(31만7천명) 가운데 단 4%(1만3천명)에만 부과되는 ‘소수 부자’의 세목이다. 심지어 전체 상속세 세입 4조9천억원의 75.6%는 상속세 납부자 중에서도 상위 10%(1275명)가 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가 최고 50%(최대 주주 할증 과세 적용 시 6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서 세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국세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속세 납부자 중 상위 20%의 실효세율은 26.1%로 30%가 채 안된다. 나머지 하위 80% 상속세 납부자의 실효세율은 7.4%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산 재분배라는 상속세의 기본 취지를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기본적으로 과세 방식을 바꾸면 어느 정도 상속세 납세자의 세 부담 감소가 예상된다”며 “과세 방식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면, 최대한 ‘부의 재분배’라는 본래 취지를 저해하지 않도록 상속세 공제 제도나 세율 등을 조정해서 조세 감면 수준이 너무 크지 않도록 방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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