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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원해고 푸르밀…“회장 30억 퇴직금, 직원은 급여 30% 반납도”

등록 2022-10-19 15:37수정 2022-10-21 11:32

전문경영인 이어 오너 차남 경영하며 적자
직원들 “임금 반납 등 상생 노력에도 해고”
경영실패 책임 직원에게 돌리는 행태 비판론
노동부 ‘부당해고’ 조사…낙농가 상경 투쟁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회사가 어렵다고 해 지난해부터 상생 차원에서 본사 직원들은 기본급을 삭감하고, 하루 1시간씩 단축 근로를 하며 비용절감에 동참했습니다. 그 와중에 퇴직금 30억원을 챙겨서 나간 신준호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하다니….”

유제품 전문업체 푸르밀이 다음달 말로 45년 이어온 사업을 종료하고 폐업 수순을 밟게 된 데에는 ‘무능한 오너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사전 협의조차 없이 이메일로 350여명의 직원에게 일괄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19일 푸르밀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푸르밀은 2018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이 시작됐다. ‘오너 경영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푸르밀 신준호 회장. 푸르밀 제공
푸르밀 신준호 회장. 푸르밀 제공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2009~2017년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던 푸르밀은 2018년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 매출 2700억원에 영업이익 50억원, 2017년에는 매출액 2575억원에 영업이익 15억여원을 기록했던 푸르밀은 2018년 들어서는 매출이 2301억원으로 떨어지고 1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어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으로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올해 들어선 엘지(LG)생활건강과의 매각협상도 진행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신준호 회장 쪽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유 산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산을 매각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업계 관계자들은 업황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유업계 관계자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유제품 소비 급감은 업계 전체가 직면한 외부적 어려움이다. 최근에는 업계 전체가 유제품 판매 하락을 상쇄할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푸르밀은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고 짚었다.

시설투자도 지지부진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한겨레>에 “전주·대구 공장 현장에서는 시설이 너무 노후화돼 부품이 없어 가동률이 떨어지는 공장 설비가 많다. 설비교체를 수없이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3~4년 전에는 멸균제품 생산 라인을 없애고 인원을 재배치한다기에 신사업을 하는 줄 알았지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본사 부서장들과 직원들은 비용 삭감에 동참했다.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삭감했고, 직원들은 소정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했다. 하지만 지난 1월 퇴직한 신준호 회장은 퇴직금으로 30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밀 한 직원은 “직원들이 자구 노력을 하는 동안 퇴직금까지 알뜰히 챙겨 나간 신 회장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내년에 딸이 대학에 입학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직원은 “법인을 청산하면, 그동안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는데, 이를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고 공장 문을 닫아도 폐업은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돈다”며 “본인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직원들을 돌보지 않는 전형적인 ‘악질 오너’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창식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세무사)은 “법인이 법인세 감면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사후관리 기간이 부여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청산을 하게 되면, 감면분은 물론 가산세까지 토해내야 한다”며 “또 법인 청산 시에는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이월결손금과 법인세 환급금이 많을수록 법인세를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피하려는 꼼수를 펴는지 잘 살펴봐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푸르밀의 이월결손금 규모는 230억원대다.

500개 대리점주, 24개 낙농가, 100여명 화물기사도 있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다음달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푸르밀 사업 정리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350여명의 본사·공장 직원뿐만이 아니다. 5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 100여명의 화물 배송기사, 푸르밀에만 우유를 납품해 온 24개 낙농가와 500여개 대리점주가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푸르밀에 독점 납품을 해 온 24개 낙농가 관계자들은 오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푸르밀에 납품해 온 이상욱씨(전북 임실)는 “낙농진흥회에도 가입하지 않고, 푸르밀에만 독점으로 납품을 해왔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24개 농가가 생산하는 22톤이 넘는 우유를 납품할 거래처가 사라지는데, 사전협의조차 없이 지난달 30일에 납품중단을 통보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푸르밀 대구·전주 공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이번 사태를 조사 중이다. 일괄 정리해고 통보 전에 사쪽이 성실하게 협의를 해왔는지 등을 조사해 ‘부당해고’ 여부를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18일 근로감독관이 공장을 찾아와 인사팀장과 함께 만나 사쪽이 정리해고 전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등을 물었다”며 “근로감독관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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