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17일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들이 상당 부분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단지 내 카카오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는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이미 독과점에 제동을 거는 입법적 시도가 활발하다. 혁신의 결과물이기도 한 거대 플랫폼이 독과점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2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은 온라인 플랫폼과 입주업체들의 거래 공정화를 꾀하던 수준을 넘어서서 플랫폼 독점을 막기 위한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한국의 논의 수준은 거래 공정화마저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 데다, 플랫폼 규제가 마치 혁신에 반대하는 것인 양 호도되고 있으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 논의가 가장 발달한 선두주자는 유럽연합이다. 이미 유럽 시장이 미국산 온라인 플랫폼에 잠식된 상태다 보니, 자생적인 플랫폼이 출현할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논의를 부추겼다. 유럽연합은 내년 4월부터 거대 플랫폼 기업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발효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감시 대상 기업을 지정해왔다면, 이번엔 다양한 시장에 뻗어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이용자 수를 중심으로 규제 대상을 정한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와 입주업체(사업자) 사이의 ‘게이트 키퍼’(문지기)로 기능하며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왔다는 문제의식의 발로다.
유럽연합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10∼15개 기업이 디지털 시장법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 기업들은 모든 인수합병을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소비자 개인정보 유용이나 자사우대 등 불공정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만일 대상 기업이 규제 사항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위반할 경우엔 일정 기간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 금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어 상당히 강력한 규제가 될 전망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으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의 본산지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6월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다. 유럽과 달리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미국마저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규제 대상 플랫폼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해당 인수 거래가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선제적으로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온 것을 겨냥한 규제다. 아울러 자사우대 금지, 데이터 상호운용성·이동성 보장 의무 등이 법안에 담겼다. 이 법안은 미 하원 법사위원회까지 통과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플랫폼 기업과 입주업체 간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수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마저도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 전까지는 사실상 무산 분위기였다.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 기조 탓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방안은 국회에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9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넘어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플랫폼 반독점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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