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7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또 ‘트리플 감소’다.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철강 생산이 차질을 빚는 등 일회성 요인 영향도 있지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내수를 이끌던 서비스업 생산마저 뒷걸음질하면서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산업 생산 지수는 한 달 전에 견줘 0.6% 내려갔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1.8% 줄면서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여파로 철강 등 1차 금속 생산이 한 달 전보다 15.7% 급감했다.
또 지난달 반도체 생산도 시스템 반도체와 디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 부진으로 전월 대비 4.5% 감소했다. 반면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로는 9.5% 각각 불어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철강 생산 피해를 제외해도 반도체가 안 좋았던 까닭에 광공업 생산 증감률이 플러스(+)를 기록하지 못했다”며 “제조업 재고 증가의 경우 반도체 기여도가 가장 높고,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재고는 전년 대비 3%대 늘었다”고 설명했다.
9월에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3% 줄면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간 코로나19 일상 회복 영향으로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업이 경기 개선 흐름을 견인했지만,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 감소 원인 일부에는 올해 이른 추석으로 전월 대비 비교 시점인 8월 생산이 워낙 많았던 ‘기저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매 판매는 한 달 전에 견줘 1.8%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 8월 4.3% 늘며 6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으나, 다시 주춤한 것이다. 전월 대비 감소 폭도 올해 1월(-2%) 이후 가장 컸다. 외부 활동 및 외식 증가 등으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줄고, 따뜻한 날씨 탓에 간절기 의류 등 준내구재 판매가 부진했다.
9월 국내 설비 투자도 2.4%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역시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제조업 생산과 투자에 모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는 모습이다.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0.1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내렸다. 이 지표는 주가 지수, 장·단기 금리차와 같은 금융 지표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데,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 커진 점이 전망에 반영됐다. 반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오르며 5개월 연속 상승하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어 심의관은 “지난달엔 광공업 생산이 부진하고, 서비스업 생산, 소매 판매, 설비 투자 등 내수도 조정을 받으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물가 상승, 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 회복이 제약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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