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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금리인상에 재해·레고랜드까지…한국경제 안팎으로 고통

등록 2022-10-31 17:44수정 2022-11-01 02:46

‘외풍’ 아닌 ‘내부사정’도 만만치 않아
레고랜드 사태에 기업 재무위험 커져
성장 버팀목인 소비도 불확실성 확대
생산·소비·투자가 한꺼번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3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0(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6% 감소했으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8(2015년=100)로 1.8% 감소했다. 연합뉴스
생산·소비·투자가 한꺼번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3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0(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6% 감소했으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8(2015년=100)로 1.8% 감소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일상 회복 영향으로 조금씩 개선되던 국내 경기에 경고등이 커졌다. 그동안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비용 상승,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등 ‘외풍’을 경기를 끌어내릴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다.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주력 산업의 대규모 생산 차질, 레고랜드 발 기업의 비용 급등, 대형 참사로 비통에 빠진 일상 등으로 향후 전망은 안개 속이다.

지난 9월 초 제11호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가동을 중단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는 제조업 생산 지표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9월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한 달 전에 견줘 1.8% 뒷걸음질 쳤는데, 감소액의 절반가량이 철강 생산 감소 때문이었다. 하천 범람으로 발생한 대기업 한 곳의 생산 차질이 반도체 경기 악화로 부쩍 어두워진 제조업 경기에 이중고를 안긴 셈이다. 포스코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9천억원)도 지난해 3분기 대비 71% 급감했다. 포스코 쪽은 “포항제철소의 연내 정상 가동을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과 시장 금리 상승 등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도 예상치 못한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이 부족한 회사의 경우 재무적 곤경에 빠져 경기에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장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불어나며 판매 가격으로의 전이, 투자 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한편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건설이 채무 보증을 선 1710억원 규모의 만기 81일짜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지난 28일 시장에서 금리 연 12%에 발행됐다. 보유 자산 6조4천억원(올해 6월 말 기준)인 국내 8위 대형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데도, 10% 넘는 높은 이자를 물고서야 투자자를 찾은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으로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기업의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간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 금리(만기 91일, 최상위 신용등급 기준)는 31일 연 4.63%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1월19일(연 4.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 발생 직후인 10월1∼27일 발행한 회사채 14건은 투자자 수요 예측 경쟁률이 1 미만이었다. 발행사 쪽이 목표로 한 회사채 발행액보다 채권 주문 금액이 적었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이 앞서 10월20일 진행한 회사채 1500억원어치 수요 예측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청약 물량이 130억원에 불과해 남은 물량을 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대기업조차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간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수출 부진에도 국내 경기를 지탱해온 민간 소비 쪽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마찬가지다. 9월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며 야외 활동 및 소비가 재개돼 지난 3월부터 꾸준한 증가세(6월 제외)를 보인 서비스 생산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태원 참사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사회 전반이 깊은 슬픔에 잠기면서 소비 쪽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소비는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의 0.9%포인트를 책임지면서 사실상 경기 개선을 이끌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지며 소비 등 내수 경기가 위축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부양책이 논의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발생 이후 가계에 흑자가 쌓인 까닭에 여전히 소비 여력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태원 참사의 여파가 세월호 참사 당시만큼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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