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 정책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며 주식·펀드·채권 등 양도소득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국회는 여야 합의로 금투세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2년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투세 제도는 2년여 전에 여야 합의로, 심지어 추경호 부총리가 당시 합의해서 시행하기로 돼 있던 제도였다. 이미 법은 만들어져있고 시행만 앞둔 제도인데 근본적인 틀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이 제도는 예정대로, 합의한 대로 시행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연 5천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금융세제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2023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에 증권거래세에서 농어촌특별세만 남겨 0.15%(현행 0.23%)로 인하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선 이후 이 계획을 뒤집어 금투세 도입은 2년 미루고, 증권거래세 인하만 선택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조세원칙에 역행하는 조치로 투자에 적극적인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전문가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개미 투자자’의 세 부담을 이유로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에서 최근 3년간(2019∼2021년) 주식으로 5천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승장을 맞이했던 2020년에도 5천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1.2%였다. 금투세가 도입되어도 과세 대상은 상위 1%에 그치는 것이다. 애초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의결된 ‘금투세 도입-거래세 인하’ 패키지는 상대적으로 고액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과세하는 대신 소액 투자자의 거래세 부담은 줄여주는 ‘세수중립적 고려’의 결과이기도 하다.
2년 전만 해도 금투세 도입에 앞장섰던 기획재정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금투세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상장주식의 세제상 이점이 사라져 해외주식으로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금투세 유예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4일 예정처가 펴낸 ‘2022년 세법 개정안 분석’을 보면 “이번 개정안의 내용대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최근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기반의 확대 등의 정책적 흐름과는 상이한 방안”이라며 “2년 뒤 금투세 시행을 예정하고 있어 잦은 정책 변화에 따른 혼선이 우려되며, 상대적으로 고액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과세완화가 이뤄져 과세 형평성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벗어나거나 소득 불평등 심화의 역효과가 야기되지 않도록 정책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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