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14일째를 맞은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성신양회 단양공장 앞에 집결해 총파업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레미콘 기사·덤프트럭 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심사 지침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보호대상으로 바라봤던 공정위는 정책적 태도를 180도 바꾸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을 과도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겨레> 취재결과, 공정위는 노동자와 유사하지만 자영업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이하 특고지침)을 두고 있다. 특고지침은 아직 노동관계법의 보호가 닿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영세한 자영업자’로 보고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공정 거래 행위의 기준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하위 규정이다. 노동법이 특수고용노동자를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는 과도기에 특수고용노동자가 직면하는 애로사항을 시급히 구제하기 위해 2007년 만들어졌다. 특고지침은 한때 캐디·레미콘 기사 등 6개 업종에만 적용됐는데, 지난 7월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철강재·위험물질·자동차·곡물 등 품목을 운송하는 화물차주도 ‘특고지침’ 적용 대상이다.
과거 공정위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대상으로 보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2019년 특고지침 적용 직종을 확대하는 예규 개정안 행정예고를 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와 유사하나 자영업자적 특성으로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노동법 외연 확대를 통해 특고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으나, 과도기적 현실에서는 이들의 거래 과정에서 직면하는 애로사항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며 지침 개정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들의 취약한 협상력을 감안해 공정위가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을 대하는 공정위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최근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 단체로 보고 이들의 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제40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와 제51조(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 위반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로 인해 피해를 보는 특수고용노동자는 별도 지침으로 보호하지만, 막상 이들이 파업에 나서면 ‘사업자 단체’로 규정해 규제하는 셈이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공정위는 일관적으로 특고를 교섭력이 없는 ‘영세한 개인사업자’로 보고 ‘보호의 대상’으로 대했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마치 대기업의 횡포를 제재하듯 특고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국들은 특수고용노동자 등 1인 자영노동자의 노동3권을 강화해 나가는 분위기다. 아무리 법적으로 자영업자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자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국제노동기구(ILO)와 주요 선진국들의 일관된 견해다. 아일랜드는 이미 2008년부터 특수고용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경쟁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 나라다. 2017년 아일랜드 국회는 위장 자영인과 의존적인 자영인에 대해서는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경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9월 유럽연합에서도 1인 자영노동자에 경쟁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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