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각사 제공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승계 수단이자 자금줄은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옛 에이치솔루션)는 김 부회장이 지분의 50%, 두 동생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100% 가족회사다.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지만, 한화에너지가 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부회장과 형제들의 지주회사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꾸준히 늘려온 것이다.
한화에너지의 전신격인 한화에스앤시(S&C)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그룹 계열사 전산 시스템 사업을 독점해 전형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늘려온 곳이다. 2001년 설립 당시 김승연 회장과 한화가 대주주였는데, 2005년 아들 3형제한테 매각해 3형제 소유 회사로 만들었다.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웃돌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고,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20%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사업상 관계가 없는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도 했다. 삼성의 에버랜드나 현대차의 글로비스처럼, 상장을 통해 승계용 자금을 마련하거나 그룹 지배력을 늘리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사장의 계열사 지분은 지주회사인 에이치디(HD)현대 주식 5.26%가 사실상 전부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증여한 3000억원으로 확보한 지분이다. 에이치디현대는 출범 첫 해(2018년)부터 과도한 고배당 정책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4년간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이 90%를 웃돈다.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한 셈이다. 배당금의 최대 수입원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4574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났을때도 704억원을 지주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에이치디현대 쪽은 “주주친화 경영의 강화”이라고 설명하지만, 가장 큰 수혜자는 정 사장과 정몽준 이사장(지분율 26.0%)이다. 정 사장은 배당금으로 4년 동안 800억원을 벌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들을 압박해 본인의 증여세를 마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에이치디현대는 최근 내년에도 70% 이상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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