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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집 아들’ 장자 승계 속도전…“친기업 윤석열 정부가 적기”

등록 2022-12-14 05:00수정 2022-12-16 17:37

‘친기업’ 윤석열 정부 규제완화 속
한화·현대중 ‘3세 체제’ 본격화
코오롱·씨제이·롯데도 승계 행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월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당선자,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월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당선자, 손경식 경총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공동취재사진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벌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엘지(LG)에 이어 4대 그룹 이하 그룹들의 1980년대생 3·4세들이 고속 승진하며 속속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 기조에 기대어 “지금이 승계 작업의 적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영권 대물림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재계 서열 7위인 한화는 최근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9)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김 부회장한테 지주회사(한화)를 비롯해 주력 사업인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태양광(한화솔루션)을 모두 맡긴 것이다. 한화생명 등 금융 부문은 차남인 김동원(37) 한화생명 부사장이, 호텔·리조트·백화점 사업은 3남 김동선(33)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각각 맡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그룹 부회장에 올라 핵심 제조 계열사를 총괄하는 ‘김동관 체제’를 구축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7년 만에 취업제한이 풀린 김승연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조기 경영권 승계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 쪽은 공식적으로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미래사업에서 김승연 회장의 구상을 구현하는 일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화 쪽 사정에 밝은 재계 단체 관계자는 “김 회장 본인이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형제간 경영권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아들 3형제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일찌감치 교통정리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 경영’으로 역주행하는 곳들도 나타난다. 코오롱그룹은 지난달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38) 코오롱모빌리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사장은 2012년 입사해 10년 만에 사장 반열에 올랐다. 코오롱은 이웅렬 회장이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 명예회장은 퇴진 당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식한테)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경영권 대물림을 본격화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주회사 코오롱 지분을 49.74% 보유하고 있다.

재개 서열 9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올해 3월 지주회사 에이치(HD)현대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재입사(2009년 대리로 입사 1년만에 유학)한 정 사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9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권을 모두 꿰찼다. 7선 국회의원인 정 이사장은 정치에 발을 담그면서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는데, 30여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오너 경영으로 돌아간 것이다.

씨제이(CJ)와 롯데도 꿈틀대고 있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32) 씨제이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임원(경영리더) 승진 1년 만인 올해 정기인사에서 또다시 보직 승진했다. 2019년 마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주춤했던 승계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신유열·36)도 공개적인 국내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2020년 일본 롯데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임명됐다. 최근 신 회장의 국외 출장에 동행하는 등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맏형과의 오랜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사면·복권도 됐으니 이제 승계 문제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후발 그룹 3~4세의 경영권 대물림은 선발 그룹들에 견줘 훨씬 속도가 빠르다. 그룹 총수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입사(1991년) 31년 만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입사(1994년) 26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은 부친의 사망 이후 상속과 승계 절차를 밟았다.

재벌가의 승계 속도전은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 기조가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금이 승계 작업의 적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10대 그룹 법무팀의 한 고위 임원은 “총수들 사이에 새 정부에서 승계 작업에 유리한 조건들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문제나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에 적기라고 보는 거다. ‘물들어 올 때 노저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지원 등 각종 재벌 규제는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정부 출범 이후 첫 조직 개편으로 기업집단국 소속 지주회사과를 폐지·축소했다. 지주회사과는 재벌 그룹의 경제력 집중과 일감 몰아주기 등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는 게 주 업무다. 공정위는 또 내부거래 규제를 받는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한 데 이어,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보지 않는 예외 대상도 이전보다 2배 가량 확대했다.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외 대상을 늘리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연 매출 기준을 4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대폭 높이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도 상정돼 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윤석열 대통령이 형식적인 거리두기조차 하지 않고 재벌 총수들한테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하고 있다. 부모 세대에서 자녀들의 지배권 확보를 하려면 각종 규제 문제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는데, 새 정부가 재벌 규제 완화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상황이니 경영 세습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승진한 3·4세 ‘총수 후보’들의 경영 성과와 능력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엘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엘엑스(LX)그룹의 경우, 구본준 회장의 장남(구형모·35)이 1년6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신설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맡았지만, 그룹 쪽은 구 부사장의 경력은커녕 얼굴조차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10여년간 태양광 사업에 몰두해 거둔 성과”를 강조하지만, 바꿔 말하면 태양광 사업 이외의 다른 그룹의 주력사업에 대한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반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사장이 선박 에이에스(AS) 사업(현대글로벌서비스)을 성장시킨 능력”을 내세우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알짜 사업부문을 떼어내 경영한 덕분이란 평가가 더 합리적이다.

윤승영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애플의 팀 쿡은 지나칠 정도로 치열한 내부 경쟁 시스템을 통해 스티브 잡스를 잇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총수의 자녀들이라고 차기 경영자 후보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가장 중요한 요건인 경영 능력과 소유권 승계 과정의 적법성을 갖춰야 한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시장과 이사회에서 검증받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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