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미국의 빅스텝(정책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대해 “애초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도 제한적인 모습”이라면서도 “향후 추이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연준은 앞서 14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3.75∼4.00%에서 4.25∼4.50%로 0.50%포인트 올렸다. 지난 6월부터 7월, 9월, 11월까지 4번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다만 이번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3.25%)와 미국의 정책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추 부총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금리 인상 속도보다 최종 금리 수준과 지속기간이 중요하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신할 때까지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통화 긴축 의지를 강조한 발언 여파로 간밤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등 위험 자산 투자 심리도 영향을 받았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정부의 시장 안정 조처 등으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라며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 10월 초 이후 최초로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회사채 금리도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발행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140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00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향후 주요국 물가, 경기 둔화 흐름 및 통화 긴축 속도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현안인 기업 자금 조달, 금융기관 유동성, 부동산 금융 분야 등에 대해선 기존 ‘50조원+알파’ 대책과 분야별 집중 점검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업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의 5조원 규모 2차 캐피털 콜(출자 요청)을 내년 1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11조원 규모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건설사가 보증을 선 프로젝트파이낸싱-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매입 기구의 매입 속도를 올리고, 내년 초부터 5조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 규모 유동성을 지원하고,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및 대출 적격 담보 증권 확대 등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도 지속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5조원 규모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도 공급을 시작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도 참석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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